박해 순교 200주년이 교회 안팎의 관심을 모르고 있는 이유는 이 박해가 한국교회사에서 첫 번째 대규모 순교자를 낳은 공식 박해라는 점이다.
그러나 특별히 한국교회는 물론 전세계 교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까닭은 신유박해의 순교자들이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된 103위 성인은 물론 한국교회의 부모이고 스승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유박해 순교자 가운데 단 1명도 성인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사실이 이들의 시복시성과 맞물려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교회의 4대 박해라 불리는 신유·기해·병오·병인박해 가운데 기해박해와 병오박해에서 79위, 병인박해의 24위의 순교자가 성인이 되었으나 신유박해로 인한 순교자는 103위 순교성인들에 못지 않은 영향을 한국교회에 끼쳤음에도 이에 대한 평가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으로 이어져왔다.
따라서 새로운 천년기 들어 반성적 평가와 함께 새롭게 이뤄지고 있는 신유박해 기념사업은 한국교회를 닦은 신앙선조들의 순교의 역사를 합당한 평가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의미를 지닌다.
신유박해의 발생
1800년 정조가 죽고 순조가 11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자 정순왕후 대왕대비 김씨가 순조를 대신해 섭정을 하게 되는데, 김대비는 친정 오빠인 벽파의 우두머리 김구주가 당파싸움으로 흑산도로 귀양간 것을 복수하고자 벽파와 손을 잡고 반대파인 시파를 몰아내려고 했다.
당시 천주교인들 대다수가 시파에 속했으므로 김대비는 이 점을 이용해 천주교인들을 향해 박해의 칼을 휘둘렀다.
천주교 금지교서에 따라 전국적으로 300명 이상이 순교의 길로 들어선 이 박해로 초기 교회의 중추역할을 하던 이승훈(베드로), 정약용, 최필공(토마스), 홍낙안(사베리오) 등의 1801년 10월 8일 서울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순교했다.
또 주문모 신부는 3월에 자수해 4월에 새남터네서 군문효수당했다.
한국땅에 어렵게 시작된 천주교회는 이렇게 너무 빨리 닥친 큰 시련으로 지도급 인물들을 신앙의 증인으로 잃고 계속되는 참혹한 박해 속에서 남은 교인들마저도 유배당하거나 산간벽지로 피신함으로써 빈사상태에 놓이며 가냘픈 숨결만으로 연명하게 됐다.
기념행사와 의미
신유박해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순교 200주년인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드에게 들려주는 가르침을 조명해보고 참다운 후손의 길을 묵상하게 함으로써 시들해지는 순교신심을 새롭게 할 수 있게 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준비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이와 때맞추어 신유박해 기념기간인 오는 2월 2이룹터 2002년 2월 4일까지 대희년 전대사기간을 연장함으로써 신유박해를 한국 신자 모두의 장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이 기간 중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마련해 한국교회의 핵심인 순교신심의 근원을 되찾고 시복시성을 향한 열의와 정성을 새롭게 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배갑진 신부)가 오는 2월 2일 오전 11시 서울주교좌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대주교 주례로 봉헌하는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 개막미사」로 시작된다.
또 이날 오후 2시에는 명동 가톨릭회관 7층 대강당에서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또한 순교자현양위는 올 2월부터 2002년 2월까지 1년간에 걸쳐 「이달의 순교자」를 선정해 순교자의 삶과 신앙을 조명하는 월례특강과 책자 발간 등을 통해 순교자들의 면모를 널리 알리는 장을 마련한다. 특히 「한국순교성인축일(9월 20일)을 전후한 9월 23일에는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대대적인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열 계획이다.
아울러 기념기간동안 「신유박해 200주년 기념 순교자현양음악회」를 비롯한 특별전시회, 순교유적지 답사, 순교자 그리기 사생대회, 기념팸플릿 간행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마련될 예정이어서 신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영적 충만의 시기를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기념행사와 더불어 신유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운동도 새오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 교구를 통해 추진되고 있는 시복시성운동이 일련의 기념사업과 함께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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