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에서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1993년 고 김수환 추기경이 죽음을 주제로 한 강론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리스도교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리스도 신자들은 사도신경의 말미에서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라고 고백한다.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이 믿음은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 사건에서 예시되고 예수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성취된 파스카 신비에서 비롯된다. 죽음은 믿는 이에게 이 파스카 신비의 구현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으로 죽음을 쳐 이기셨다. 그래서 그분은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라고 하셨다. 여기서 세상이란 예수님의 구원이 없었다면 결국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그 세상을 뜻한다.
그렇다면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의 관문이라는 표현도 있듯이 죽음은 하나의 과정이다. 어떤 이는 “죽음은 아직 펴보지 않은 책과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책은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기쁨과 행복, 사랑과 평화, 빛과 생명을 가득 담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이런 생각은 결코 미화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로지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믿는 데에서 비롯됐다. 그 사랑이 사람이 되어 오시어 우리의 부활이요, 생명이 되신 그리스도를 믿을 때, 죽음을 달리 볼 수 있다. 사랑은 파괴하지 않고 건설한다. 사랑은 죽이지 않고 살린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1요한 4,8). 그렇다면 이 하느님이 사랑을 다하여 당신 모습을 닮은 존재로 창조하신 인간을 죽음과 멸망으로 끝나게 버려두실 수는 없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결코 죽은 자의 하느님이 아니고 산 자의 하느님이시다.(마르 12,27)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은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그 때문에 누구든 스스로 의식적으로 하느님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로 영생의 구원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통해서 참되고 아름답고 복된 새 생명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의 고통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죽음은 그리스도인에게도 간혹 예외적인 경우는 있을 수 있겠으나 여전히 두렵고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이요, 고뇌일 것이다. 그 때문에 그리스도인도 죽음 앞에 섰을 때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항할 것이다. 이것은 살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가 결국 당신 사랑과 그 사랑이 베푸는 죄의 사함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으로 이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실 것이다. 죽음에 대한 좋은 준비는 나날이 이 믿음을 깊이 사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님이 우리를 한없는 사랑으로 사랑하였음을 상기하면서 우리 서로도 사랑하는 것이다. 특히 가난한 이, 병든 이, 고통 속에 갇힌 이 등을 형제적 사랑으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가난한 이웃을 자기 몸 같이 사랑하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죽은 다음 분명하게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이들 보잘 것 없는 형제 하나를 사랑한 것이 당신을 사랑한 것과 같다고 하시면서 하느님이 영원으로부터 마련하신 나라를 약속하셨기 때문이다.(마태 25,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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