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제로 살면서 사람들에게 늘 희망과 기쁨을 이야기하려 했고, 인간적인 욕심과 성취감은 부질없는 것이라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실은 내 감정 밑바닥에 있는 솔직한 것들은 제대로 말하지 못하며 살아왔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때론 혼자 있을 때 밀려오는 공허함, 인간관계로 인한 어려움, 불행한 일을 겪을 때에는 ‘나도 충분히 슬프다’는 표현을 잘 하지 못했어요.”
“아마도 신부님 마음속에 사제란 ‘믿음, 소망, 사랑을 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었나 봐요!”
“그 당시 ‘축성식’을 할 때에도 그 큰 기쁨이 내 것이 아닌 것이라고만 생각했고, 젊은 사촌 형의 죽음 앞에서는 다른 가족들에게 믿음의 용기를 주느라 ‘내 스스로 속 시원한 통곡’을 하지도 못했고, 정말 사람들에게 화가 나고 속상한 감정이 있어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살았답니다. 그리고 성찰때에도 예수님은 자신을 ‘건강하게 돌아보는 성찰’을 원하셨지만, 나는 스스로를 부족한 인간이라 평가하면서 나의 가치를 무시하며 비하하며 살아왔었지요. 그리고 그 형제님을 용기 내어 찾아갔습니다. 그랬더니 급성 우울증이 왔다는 거예요! 그리고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었느냐!’ 그게 죽고 싶은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혹 건물 4층이나 5층 정도의 높이에서 아래를 보면, 그 땅바닥이 아련하면서 문득 ‘저 속으로 들어가면 모든 것이 다 잊혀 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나에게도 ‘죽음’이 올 거면 뭐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평소에 분노 감정을 잘 표현하느냐?’ 묻더군요. 그래서 ‘속으로 잘 삭힌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분노 감정’은 가끔 ‘화살’로 비유되는데, 때로는 그 ‘화살’을 솔직하게 타인에게 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 그 ‘화살’을 결국은 본인에게 쏘아서 스스로 그 화살에 맞아 심한 상처를 입게 된다는 비유를 말해 주더라고요.”
그 후로 신부님은 몇 달 정도 우울증 약을 꾸준히 복용했었고, 심리 치료 및 분노 표현 요법을 한 후에, 빠르게 회복이 되었으며, 지금은 ‘행복을 나누는 사람’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부님은 ‘우울증이 결국 나를 살렸다’고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우울증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의 흐름과 함께 자신의 약점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랍니다. 또한 더 큰 선물로서 우울증을 앓는 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의 마음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문득 하느님은 어떤 ‘병’의 증상을 통해서도 이토록 인간을 영적으로 성장시키는 듯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정말 ‘섭리’ 아닌 것이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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