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는 사람을 메고 장지로 갔다. 관을 내려놓으려는데, 느닷없이 관속에 누웠던 사람이 뚜껑을 탕탕 치기 시작했다. 관이 열리고 죽었다던 사람이 일어나 앉았다. 『대체 뭣들 하는 거요? 난 살아 있고. 죽은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둘러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장례를 맡아 치르던 사람이 말했다. : 『여보게, 의사들과 사제들이 자네가 죽었다는 걸 확인했다네. 전문가들이 잘못할 리가 있겠는가!』결국, 다시 뚜껑에 못질이 되었고, 예규대로 장례가 엄수되었다. 종교박람회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전문가, 또는 전문 지식에 대한 인간의 맹목적성과, 소위 전문가드로 행세하고 있는 사람들의 독선을 잘 지적하고 있다.
오늘 복음 전반부에는 시몬과 동료들이 물고기를 많이 잡는 기적을 전하고 있다. 성서에 나오는 기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치유 - 구마 이적사화와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자연이적사화에 속하는데, 이러한 자연 이적사화는 하나의 해설원칙을 가진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캐지 말고 이야기의 뜻을 찾아야 한다는 것, 사건사에 얽매이지 말고 의미사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오늘 복음은 배와 제자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이것은 교회에 대한 어떤 가르침을 주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배는 전통적으로 구원의 방주인 교회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몬과 그의 동료들이 밤새 노력해도 한 마리 고기도 잡지 못했지만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그물을 쳤더니 엄청난 고기를 잡았다는 사실은 우리 교회의 선교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즉 선교의 현장에서는 인간적인 노력이 반드시 결가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선교의 결과는 오롯이 하느님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기에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수님게 의지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몬에게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는 권고의 말씀은 이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교회(배)에 속한 우리가 해야할 가장 최우선의 과제가 바로 선교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선교를 위해 베드로와 그 동료들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을 보면서 특별히 눈길이 머무는 곳은 『선생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시몬 베드로의 모습이다.
이 대답의 의미는 시몬과 호수의 관계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시몬은 한마디로 고기잡이 전문가였다. 그리고 겐네사렛 호수는 굉장히 큰 호수이긴 하지만 어려서부터 그곳에서 고기잡이로 잔뼈가 굵은 베드로에게 그 호수는 눈감고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고기를 잡아야 하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장소였다.
이런 시몬이 밤새 애써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면 그날은 공치는 날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그것도 일반적으로 밤에 비해 고기가 안 잡히는 한낮에 그물을 치라는 이 이야기는, 상식에도 벗어나는 이야기요, 막말로 공자 앞에서 문자쓰는 격으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리고 더 곤란한 것은 이들은 밤새 고기잡이로 피곤에 지쳐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그물을 다시 치기보다는 빨리 그물을 손질하고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택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시몬과 동료들은 손질하던 그물을 다시 치고 놀라운 성과를 거둔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 고통과 어려움을 뒤로하고 두말 없이 예수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다.
흔히 남성들이 가지는 가장 큰 정서적 욕구가 자신의 일에 대한 『타인의 신뢰와 인정의 욕구』라 한다. 특별히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에 대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인간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 욕구라 한다.
바로 어부 시몬에게는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그 무엇이 바로 고기 잡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예수님, 적어도 고기잡이에 관해서만은 문외한일 수 있는 예수님이 이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쩌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교구,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사도 베드로의 위대한 모습은 바로 이것이리라. 비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요구요, 고기 잡는 분야에서만은 비전문가일 수 있는 예수님의 요구혔지만 그 요구를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보다 앞에 놓았다는 점, 그리고 결과를 예수님께 맡기고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바로 이 자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 무엇」조차도 다시 한번 「예수님의 눈」으로 돌아보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은 베드로 사도의 이 자세가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가 되새겨야 할 교훈인 것이다.
그리고 억측일 수 있지만 특별히 점점 더 전문화되어 가는 오늘날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영성의 한 출발점도 이점이어야 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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