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가 2월 4일 펼친 「2001년 장학증서 수여식」장 한견에 자리한 홍순복(바오로·67·대구효목본당)-정호식(수산나·59)씨 부부는 이날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지켜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어들었다.
큰 키에 넉넉한 체중, 과묵한 성격을 지녀 믿음직함이 더했던 아들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연신 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에 바빴다. 주일학교도 열심히 다녔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아들 홍영준(안셀모)군. 첫영성체 교리시험에서도 1등했고 교구 초등부 주보인 「부지개」기자단 일원으로 어릴때부터 글솜씨가 달랐던 아들. 「공부해라」소리 한번 안해 봤는데 소위 명문대인 연세대 경영학과에 보란 듯이 붙어 기쁨을 주던 아들. 3학년 재학중 군에 갔다 제대한후 복학 준비와 함께 행정고시 공부에 몰두하던 아들. 기대도 컸고 사랑도 컸다.
1남4녀중 막내인 홍군이 지난해 8월 19일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해내고 자신은 결국 헤어나지 못했다」는 소식에 넋이 나간 이들 부부. 착하기만 하던 아들이 이런 변을 당했다는 사실에「슬픔이 하느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땐 정말 하느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믿음직한 아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다니… 그러나 이젠 그분의 섭리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들 부부는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들의 큰 사랑을 조금이나마 기념하기 위해 장학금을 기탁했다』며 『아들의 이름을 오래오래 사람들이 불러주면 아들이 오래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인간적인 속내를 드러내기도.
이들이 사회복지회에 기탁한 장학금은 1억원. 아들앞으로 들어둔 적금. 결혼 자금들을 모아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결정하는데 식구들중 누구하나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다.
『넉넉치 않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생각에 모두 동의했죠. 힘들지만 영준이를 위해 모은 돈을 다른 곳에 쓸 수는 없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장례미사때 성당이 가득찰 정도로 많이 오셔서 아들의 명복 빌어준 교우분들과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레지오 단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세상 것의 덧없음을 비로소 느꼈습니다. 이제부터는 더욱 충실히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아는 삶, 또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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