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덕분에 사지에서도 살아나고 수술도 성공해 이렇게 여러분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봉사의 정신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돌아온 이후 가장 깊은 마음의 평화를 누린 날이었다. 17일 아주대병원 지하강당 아주홀에서 이와람 신부(오블라띠선교수도회) 주례로 봉헌된 미사에서는 석해균(바오로·58) 선장의 보례가 거행됐다. 조용한 가운데,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큰 설렘으로 거행된 예식이었다.
지난 1월 15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던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은 21일 진행된 이른바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용감하게 선원들을 대피시키다 6발의 총상을 입은 주인공이다. 응급치료 후 한국에서 수술을 거치며 위험한 고비를 수차례 넘겨왔던 석 선장은 대세에 이어 보례를 받고 성실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뜻을 다짐했다.
지난 5월 17일 석 선장은 아주대병원 병실에서 대세를 받았다. 이날 보례는 건강을 회복, 대세로 받은 세례성사의 다른 부분을 보충해 받은 예식이었다.
석 선장은 보례 후 “37년 전 성당에서 혼배성사를 한 이후 비록 세례성사를 받진 못했지만, 늘 마음속에는 주님의 집을 짓고 있었다”며 “교리를 거쳐 오랜 바람이었던 세례성사를 완전하게 받게 돼 더욱 기쁘다”고 전했다.
이번에 석 선장이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운 일등공신은 아주대병원 원목실 담당자들과 봉사자들이었다. 원목실 담당 조진희 수녀(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투병 중인 석 선장을 위해 중환자실 방문 때마다 석 선장의 침상 커튼 너머에서 기도를 봉헌했다. 이후 석 선장이 일반병실로 옮겨지면서부터 조 수녀와 평신도 봉사자들은 지속적으로 병실을 방문, 석 선장과의 친교를 다졌고 자연스럽게 세례성사로 이끌 수 있었다. 특히 오랜 시간 방문교리를 봉사해온 평신도선교사 이무송(시메온)씨는 석 선장이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예비신자교리를 마칠 수 있도록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석 선장의 대부 김영남(비오) 씨는 보례 전 석 선장과의 만남에서 “석 선장이 국가와 이웃을 위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느님의 자녀로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백색순교’의 삶을 함께 살아가자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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