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건강한 청년이 있었다. 꿈 많던 청년은 가난한 조국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환경을 탓하기보단 자신보다 더욱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살기 원했다. 청년은 빈민촌에 들어가 그곳에서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벗이 됐다. 청년은 가난한 이들의 아픈 마음을 더 많이 위로해주고 싶어 신학을 공부하고자 했고,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행을 선택했다.
조국의 벗들을 위해 평생 모은 돈을 모두 투자해 2008년 천안 성민대학교에 입학해 신학을 공부하던 에티오피아 청년 타데세(Beshah Tadesse Wegde ress·34)씨.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공부와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그에게 지난 4월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돼지농장에 화재가 나 함께 일하던 동료 1명이 숨지고 타대세씨와 다른 한국인 동료는 중증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타대세씨는 네 차례 피부이식 수술을 하는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스런 시간을 ‘주님께서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하지는 않으시리라’는 강한 신앙심 하나로 견뎌냈다.
천안 성민대학교 신학과에 재학 중이던 타대세씨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에티오피아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경기도 포천 인근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며 3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를 통학했다. 막노동은 물론 건물 청소, 공장, 돼지농장 등 온갖 3D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난 3년간 참 성실히 일했고 열심히 공부했다. 오로지 단 하나의 목표, 고국에 돌아가 가난한 벗들에게 더욱 힘 있는 친구가 돼 주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러나 타데세씨는 현재 꿈을 이루기는커녕 머나먼 이국땅에서 전신 화상을 입은 채 고국을 그리며 병상에 누워있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1억3000만 원을 훌쩍 넘긴 병원비를 감당할 생각을 하니, 차라리 눈을 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기만 하다.
꿈을 찾아 한국에 왔지만 절망만이 가득한 하루하루. 타데세씨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빨갛게 벗겨진 피부보다 앞으로 살아갈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이다.
“제가 앞으로 무슨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렇게 온몸이 망가졌는데…. 정말 저 혼자뿐인데…. 병원비 1억3000만 원이라는 돈은 제가 평생 상상해보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돈인데…. 이런 저를 도와주실 분이 정말로 이 한국 땅 어딘가에 있을까요?”
비쩍 마른 타데세씨의 벗겨진 빨간 피부 위로 검은 눈동자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아프게 스며든다.
※도움 주실 분 1006-792-000001 우리은행, 703-01-360421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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