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공예디자인과 이승원(마르타) 교수의 손은 아름답다. 손 생김새도 그렇지만 거기에 담긴 그의 삶은 손을 더욱 아름답고 따스해 보이게 한다. 이 교수는 그 손으로 40여 년 동안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냈고, 30여 년 동안 훌륭한 학생들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동료 작가, 학생, 대중 그리고 자신에게 하고 싶은 ‘금속공예’와 ‘삶’ 이야기를 담은 책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작업 속의 미학-금속공예에서 얻은 비움과 채움」(이노파트너스/101쪽/1만8000원)이라는 책 제목 속에서도 그가 걸어온 예술의 길은 물론 삶을 느낄 수 있다. 지난 13일 이 교수의 자택이자 작업실에서 그가 직접 느끼고 체험한 ‘작업 속의 미학’에 대해 들어봤다.
# 손으로 만들어지는 손의 연장선
“손은 사물을 만들어내는 신체 부위입니다. 뇌는 명령하고 손은 실행하죠. 그렇기 때문에 손에 잡힌 도구는 결국 손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성물(聖物), 테이블웨어(Tableware), 장신구, 실내용품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특히 테이블웨어 중 ‘주전자’ 작업은 그의 예술인생과 함께해오고 있다. 1975년부터 주전자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그는 “주전자는 테이블웨어의 꽃”이라며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정신적 매체라고 생각이 들어 관심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전자의 구조가 건축적이며 작업에 실행되는 테크닉 또한 종합적이어서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작품은 이 교수가 생각하고 있는 ‘주전자와 사물’에 관한 탐구와 변화과정을 잘 보여준다. 작업 초기에는 유럽 정통 주전자의 구조와 형태에 충실했다면 1980~90년 초에는 독자적 구조를 탐색했다. 이후 다양한 재료를 한 작품 안에 접목시키는 한편 옻칠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그는 주전자의 기능, 구조 형태를 쓰임성에서 목적성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전자의 목적성을 생각할 때 사용이나 장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1984~1994년에 기존 주전자의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했듯, 근래에 와서는 주전자 본래의 쓰임성에 새로운 해석을 하고 목적성을 확대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작업은 곧 삶이다
이 교수는 금속공예 유학파 1세대다. 그가 한국에서 수학하던 60년대에는 아직 금속공예를 학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독일 뉘른베르크 미술대학에서 금속공예과를 접하고, 이것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했다. 그 선택은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 귀국하자마자 원광대 교수로 재직하다 청주대로 옮겨 후학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공예일과 교직생활을 병행하면서 그는 작업은 삶의 훈련이라는 걸 깨달았다.
“금속공예가의 특징은 일과 삶이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에요. 작업할 때 잘못을 발견한 후의 반응이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더군요.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말하고 싶어요. 잘못의 흔적은 절대 없어지지 않고 심화됩니다. 작업에서도 삶에서도…….”
그가 제자들에게 기초 질서와 테크닉을 충실하게 익히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잘못을 환경 혹은 남 탓으로 돌리기보다 자신이 극복해야 할 목표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과 문화의식이 형성되고 인간의 삶이 바람직하게 발전, 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업 속의 미학-금속공예에서 얻은 비움과 채움」 중에는 이 내용도 담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이 교수의 30년 교직생활 중 첫 번째 저서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그간의 경험들을 담백하고 진솔한 문체로 풀어냈다. “이번 책 배경에는 ‘삶’이 들어 있어요. 기능과 쓰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공예가이다 보니 독자를 가장 의식했어요. 중간에 덮지 않고 재미있게, 성의 있는 마음으로 읽혀지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그에게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하반기에 열리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한국-호주 수교 50주년 초청전시(호주), 금속공예 유학 1세대들의 작품전 ‘변화의 바람’(서울 우면동 치우금속공예관) 등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자유를 갈망했다.
“인간적으로나 작가로서 자유롭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작품도 고정관념이나 생각의 억지를 벗어나 이끌어 가면서 ‘예술의 혼’을 경험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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