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천국길에 올려보냈다. 이번에도 편안한 얼굴로 떠났다. 한 달만에 육체적인 고통을 덜어주고, 마음의 상처 씻어주면서 편안하게 죽음을 준비시킨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휴」라는 안도의 긴 한숨과 피곤함을 내뱉는 박창환 신부. 박신부는 말기 암환자들과 함께 죽음 직전까지 늘 함께하는 청주교구 호스피스의 집 「성모 꽃마을」안주인이다. 지난 6월부터 박신부가 하느님 곁으로 보낸 이만 해도 벌써 29명이나 된다. 10대 아이들부터 90 노인까지 모두 말기 암환자들이었다.
정부·교회 모두 무관심
『아무도 신경쓰는 사람이 없어요. 숨이 붙어 있는 한 다 하느님 자녀들인데 나라에서도, 교회에서도 그들을 돌보질 않아요. 병고 때문에 이 세상 원망만 하다 결국 하느님 곂에 못간다면 너무 안타깝잖아요』
말기 암환자들이 고통없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곳, 가족들도 외면한 이들을 정성껏 돌봐주는곳, 일단 들어와서는 돈걱정 않고 죽어도 되는 곳, 교회 안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호스피스의 집이다. 연간 암환자면 10만명. 그중에서 알기 암환자는 5만명이며 이겨서 호스피스 대상자는 500~600명 정도. 박신부는 이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한 사람이라도 더 늦기 전에 고통을 덜어주고자 어렵사리 이 호스피스의 집을 꾸려간다.
박신부는 교구장의 배려로 조그마한 2층집 하나 마련하고, 꽃동네 가서 쌀 얻어먹고 교구 사제들 도움으로 모아진 후원회원들이 천원, 이천원씩 보태온 정성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천국으로 보내왔다.
박신부가 어려움을 느끼는 건 똥 오줌 치우며 매일을 보내는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돕지 못한다는 것.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보니 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좁는 공간도 문제지만 마약성 약물이며 포도당, 기저귀 등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약품과 소모품들을 사들이는게 쉽지만은 않다. 상주하는 젊은 봉사자 2명 외에 30~40명의 자원봉사자들로 암환자들을 지치지 않고 돌보기는 역부족이다.
당장 나아게도 올 수 있는 병
『후원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구장님, 동료, 선후배 신부가 늘 도와주고 있지만 염치없이 자꾸만 도움을 청하고 싶네요. 한 사람이라도 더 편히 하느님 곁에 갈 수만 있다면 염치없지만 계속해야 될 것 같아요』
환자들에게 종교를 강요해본 적 없는 박신부였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단엔 「가밀로」「가밀라」라는 똑같은 세례명이 자주 눈에 띈다. 죽기 전 대세를 받겠노라고 원한 이들에게 박신부가 지어준 이름이다. 『더 많은 암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도 우리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암이란 오늘 당장 나에게도 올 수 있는 병이니까요』
암세포가 퍼지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저려오지만 미소지으며 천국길에 오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들이 박신부를 이 마을에 남아있게 한다.
※문의=(043)211-2113 성모 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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