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교회 내 의료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가톨릭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되새기고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재현시켜 나갈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가톨릭의사협회, 한국가톨릭간호사협회,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 한국가톨릭병원협회는 2월 4일 오전 10시 명동 가톨릭회관 7층 대강당에서 세계 병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장덕필 신부(가톨릭중앙의료원장)의 「생명의 수호자」, 김유영 교수(서울의대 내과학교실)의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 최의순 교수(한국가톨릭간호사협회장)의 「참사랑을 전하는 가톨릭 간호사」, 이경식 교수(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의 「호스피스의 역할과 결실」, 지영현 신부(강남성모병원 원목실)의 「원목자의 역할과 가치」등 각 영역의 주제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교회 의료윤리 헌장 필요
장덕필 신부는 「생명의 수호자」란 주제의 발표에서 치유가 가톨릭 의료인에 대한 성서적, 교회적 의미를 설명하고 『가톨릭 의료인은 의료 사도직을 부여받고 수행하는 그리스도의 제자이며, 의료인의 치료 직무는 곧 교회의 사목과 복음화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사는 행동하는 사랑의 사도로 환자 중심의 진료, 환자 권리 존중 친절한 진료 등으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의 관계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신부는 이를 위해서 한국 가톨릭 교회의 의료윤리 헌장과 수행지침이 설정돼야 하며 의료인들의 사목적 활성화와 조직화를 통해 본당 의료사목에 참여하는 등 특수한 사도직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자-의사 신뢰회복
이어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를 주제로 발표한 김유영 교수는 『의료관계에 있어 환자는 의사에 대해 불평등한 관계에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현재의 의료행위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계약관계에서 비롯되나 그 이전에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인간관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자와 의사의 진정한 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환자를 전인적으로 대하는 의사 개인의 윤리뿐 아니라 환자의 의사에 대한 신뢰와 사회의 의료보장제도가 동시에 실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료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도 의사가 이들을 진료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더욱 견고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간호사의 소명에 대해 발표한 최의순 교수는 『도덕적, 정신적 가치의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간호사 역시 손과 머리는 있으나 마음은 없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라고 지적한 뒤 『지병과 노령, 장애와 소외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힘없는 사람들은 물론 도덕적 불감 등으로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마음의 병자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열린 의료사회로 성장
이어 이경식 교수는 호스피스가 20년 전부터 교회를 중심으로 큰 발전과 성과를 거두었음을 지적하고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의 신체적 질병뿐 아니라 정서·사회·영적인 문제들을 전인적으로 돌보고 죽음까지도 동참하도록 이끌어 주었으며 참다운 인간애를 재발견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족을 한 단위로 돌보는 호스피스는 가족의 용서와 화해, 부부사랑과 효도정신을 일깨워주어 가족을 다시 결속시키는 한편 의사, 간호사, 성직자, 봉사자들이 한 팀이 되어 의료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열린 의료사회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영현 신부는 「원목자의 역할과 가치」를 주제로 발표하고 『원목자는 고통 중에 있는 환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고통의 깊은 의미를 찾아주는 이』라고 말한 뒤 『하느님의 구원하시는 사랑을 환자들이 실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강 음악회 찻집 등 준비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이기헌 주교(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는 세계 병자의 날 제정 의미를 참석자드에게 설명하고 이들의 의료활동을 격려했다.
심포지엄에 이어 명동성당에서는 김수환 추기경과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기념미사가 봉헌됐다. 김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가난한 아딜을 위한 무료 자선병원, 외국인노동자 진료소 등 세상 곳곳에서 활동하는 모든 의료인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한 뒤 『습관적, 형식적으로 환자들을 대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이들 역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귀한 존재임을 늘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강남성모병원을 비롯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각 병원들은 셰계 병자의 날을 맞아 2월 둘째주 한주간에 9일기도, 기념미사, 특강, 음악회, 무료찻집, 환자 위안의 밤, 영화상영, 선물전달, 윷놀이 한마당 등 다채로운 기념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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