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아니 지난 1천년간의 가장 주목할 사건 중의 하나는 동서양의 만남이었다. 이는 지난 1천년간의 인류발전과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이자 인도 봄베이에서 태어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디어드 키플링(Kipling, Jopseph Rudyard)은 『동양은 동양, 서양은 서양』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처럼 그 말이 엉터리임이 증명된 적은 없다.
양 문명의 전면적인 대면은 1840년 아편전쟁을 통해서였지만 첫 만남의 물꼬가 된 것은 이른바 십자군 전쟁이었다. 이질감과 적대감으로 얽힌 첫 만남은 그러나 인류 역사에 새로운 원동력이 디었다. 이후 몽골제국의 서양 침공, 중국 문명과의 만남, 인도와 극동지역의 식민지 확장 등등을 거쳐 서양 문명은 아시아 전역에 확산됐다.
대규모 충돌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교역의 확대,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면명과 문화의 이식을 통해서 동서양은 점점 더 가까이 만나게 됐고 교통수간과 첨단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은 이제 전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묶었다. 나아가 양대문명은 20세기 후반 경제 교류를 매개로, 이른바 「세계화」를 화두로 삼는 하나의 문명으로 통합디어가고 있다.
동서 문명의 특징
지구상의 모든 문화와 문명을 단 2가지, 동양과 서양으로 명백하게 나눠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늘날 이미 양 문명을 특징짓는 요소들은 서로 긴밀하게 그 요소들을 서로 나눠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적인 문화적 특징을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문명의 근원을 살펴볼 때 동양 문화는 황하 문명과 인더스 문명에 뿌리를 두고 유교와 도교, 불교 문화를 낳았다.
서양문화는 그리스 문명에서 원류를 찾으며 이는 그리스 문화와 로마의 합리주의를 낳았다. 사상적으로 동양은 공자의 유교사상과 노자 및 장자의 도가사상, 그리고 석가모니의 불교사상이 그 핵심을 이룬다. 서양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이원론에 토대를 둔 그리스 사상, 이를 계승한 로마의 합리주의, 그리고 그리스도교 사상이 근간을 이룬다.
동양의 인간관은 성선설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서양에서 신은 절대자이며 인간은 원죄를 타고 났기에 하느님을 믿어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 동양에서 인간은 자연과의 조화와 일치를 이상으로 생각했으나 서양인에게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었다.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
지난 세기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 사회 안에서도 동양의 문화와 사상에 대한 관심이 유례없을 정도로 불어왔다.
세계 문화와 문명을 주도한 서구 문명이 인류의 발전보다는 오히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도 기능한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심오한 동양의 문화와 사상이 새로운 세기의 대안 사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리하여 벽안이 서양인들이 도심 속에 자리잡은 선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빠지는 모습은 이제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많은 서양인들이 중국이나, 일본, 한국을 찾아와 동양의 사상과 문화에 심취하기도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이러한 새로운 사상의 모색은 특별히 도교, 유교, 불교 등의 동양의 심오하고 뿌리 깊은 사상과 오늘날 서구문명의 근원인 그리스도사상과의 만남과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실상 오늘날 인류 문명은 그 앞을 쉽게 내다볼 수 없는 급류를 타고 있다.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시공을 초월해 인류를 하나로 묶고 있다. 첨단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은 사이버 게셰를 현실 세계와 맞먹을 정도로 확장하고 있으며 생명공학의 발달에 따른 미답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이에 따른 인간 복제 등 엄청난 윤리적 문제들을 인류 문명에 또다른 차원을 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격변의 시대 속에서 철학과 종교, 문화는 이처 이러한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참된 인류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 교회와의 대화
아시아에서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은 아시아의 문명, 특별히 위대한 종교들과의 대화를 요청한다.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이고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거주하고 있는 땅이며 놀라운 고대 문화와 종교, 그리고 고대 전통들의 계승자인 다양한 민족들이 존재하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전통들에 대해 대단히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그들 신봉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르치는 종교적 가치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권고 「아시아 교회」)
이러한 대화의 노력이, 그리스도 안의 구원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간과하는 잘못된 인식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지함과 열성을 갖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동양과 서양은 첫 만남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서로 이질감과 적대감을 극복해가며 문화와 문명의 교류를 나눠왔다.
새로운 시대가 양대 문명의 갈등과 충돌로 이어질 것인지 혹은 더욱 새로운 차원의 교류를 통해 융합되고 포용해 밝고 희망찬 미래를 이끌 것인지는 오로지 동서양을 막론한 인류 가족의 끊임없는 대화의 노력에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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