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오전 11시 충북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에 위치한 한국 교회 최초의 특성화 고교인 양업고등학교(교장=윤병훈 신부)에서는 감격적인 첫 번째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식에서 개교당시 입학생 40명 중 15명만이 졸업의 영예를 안았지만 7명의 졸업생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등 「중도탈락자」의 상처를 딛고 당당히 일어선 모습을 보였다.
이사장 장봉훈 주교와 교구사제단을 비롯 학부모와 교사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졸업식은 졸업장 수여식가ㅗ 상장 수여, 학교장 회고사, 재학생 송사와 졸업생 답사, 교가제창 등 여느 졸업식과 같은 모습으로 진행됐지만 졸업을 해방이나 자유쯤으로 여기는 요즘의 졸업식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졸업장을 전달하고 포옹하는 윤병훈 교장신부와 졸업생들의 표정은 3년간의 힘겨웠던 시간들이 스쳐가는 듯 밝지만은 않았고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전하는 학생들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특히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과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을 적은 재학생 송사와 졸업생 답사 낭독은 낭독자 뿐 아니라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와 관계자들의 눈믈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양업고등학교는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한 「좋은 학교」를 지향하며 98년 문을 열었다.
그러나 설립초기부터 「인간 쓰레기 학교가 웬말이냐? 결사 반대!」라는 플래카드를 써 붙이고 항의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몇 번이나 장소를 옮겨야 했다. 이른바 「문제아」로 학교와 가정에서 상처를 받고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아이들과 교사들의 갈등 또한 커 1년만에 많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산악등반, 테마여행, 현장체험학습 등 자유로운 수업 방식과 교사가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을 통해 아이들을 변화시켜갔다. 그 결과 졸업생 전부가 자신의 끼와 적성을 살려 진로를 선택하는 결과를 낳았다.
『자식 키워서 시집보내는 것처럼 서운하다』는 윤병훈 교장신부는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바라보지 않고 기다려준 것이 아이들을 변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장봉훈 주교는 졸업미사 강론을 통해 『세상의 빛이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며 『작은 나눔과 희생으로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어 빛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했다.
한편 양업고등학교는 오는 3월 8일 40명의 신입생과 함께 새 학기를 시작한다.
■ 졸업장 1호 권혁주군
“이제 꿈을 이루어요”
『저를 지켜봐 주시고 기도해 주신 분들 덕분이죠』
이날 졸업식에서 「졸업장 1호」를 받은 권혁주(20·율리오)군은 건양대학교 사회체육학과에 입학, 어릴적 꿈이었던 태권도 사범의 길로 한발짝 다가섰다.
『내면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을텐데 벌써 졸업을 해서 아쉽다』는 혁주는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 못할 줄 알았던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재단이사장상과 봉사상을 받으며 당당히 졸업했다.
천안농고 재학시절 싸움 잘하기로 소문났던 혁주는 싸움 경력 때문에 학생부 교사로부터 학내 폭력조직을 만들었다는 오해를 받고 위협하려 던진 물건에 교사가 맞아 「교사폭행」으로 몰려 자퇴를 했다. 자퇴 후에도 동네 불량배와 싸움이 붙어 구속까지 됐던 혁주는 신부인 사촌형의 소개로 양업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삶을 만나게 됐단다.
『처음에는 답답해서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도 많았죠. 저희들의 의견을 들어주시고 끝까지 기다려 주시는 선생님들 덕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죠』
2학년때는 학생회장을 맡아 학교 안팎을 살피며 「큰형님」노릇을 해 온 혁주는 감정 조절을 위해 홈패션 동아리에 가입, 뜨개질을 배워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뉴질랜드로 가서 태권도를 가르칠 계획이라는 혁주는 『현재의 학교 교육의 문제점은 교사가 너우 권위를 앞세우며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데 있는 것 같다』며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으라』며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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