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쉽게 생각했는데 만만한 일이 아니예요. 지금은 외국어 하나 배우는 기분으로 차근차근 익히고 있죠. 또 자앵인들을 몸소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구요』
차분하고 다소곳한 이미지가 연기 곳곳에서 묻어나는 탤런트 황수정(예비신자·29)씨가 요즘 수화를 배우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엄마야 누나야」에서 농아처녀 여경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연기를 위해 일주일에 세번씩 수화를 배워온 덕분에 이젠 감정표현은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정도. 그러나 아직 모르는게 더 많다며 겸손한 미소를 짓는 황씨는 연기하면서 수화까지 배우게 돼서 힘든 것 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얼마전 방송됐던 드라마 「허준」의 인기볼이에 한몫 했던 황씨. 부드럽고 따스한 분위기, 쪽머리가 잘 어울리는 그녀의 마음과 외모가 인술(仁術)을 베풀 줄 아는 「예진 아씨」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허준」으로 황수정이란 이름 석자를 사람들에게 알렸지만 MC로 방송계에 데뷔한 황씨는 이미 화장품, 자동차, 아파트, 대기업 이미지 광고 등 굵직굵직한 CF도 많이 해왔다.
방송일 하면서 한동안 열심했던 새벽미사를 다니지 못해 아쉽다는 황씨는 아직까지 세례명이 없는 예비신자. 고등학교 3학년때, 우연히 집 앞에 있는 성당에 들렀을 때 느꼈던 그 편안한 분위기가 좋아 가족들 모두 열심한 불교신자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성당에 다녔다고 한다.
『하느님, 교회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지만 새벽미사 때 수녀님들께서 기도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어요. 또 기도라는 것이 나 자신을 정화시키고 많은 생각들을 정리해 주는 것 같아 좋더라구요』
예비신자 교리를 시작한 것도 수차례. 늘 다른 일이 생겨 도중 하차했다. 세례 받는 일이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는 황씨는 형식보다 확고한 믿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고. 그래서인지 누군가 종교를 물으면 주저함없이 『가톨릭』이라고 자신있게 답한다. 속 깊고 가슴 따뜻한 황씨가 단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자원봉사 활동은 꽤 오래 전부터 해왔다. 대학시절에는 성당사람들과 함께,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서 틈틈이 보육원을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베풀고 있다.
앞으로 황씨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 영화다. 늘 말없고 착한 순둥이 역할만 해왔지만 어설픈 변신은 하지 않겠다는 황씨. 많은 욕심부리지 않고 이미지에 맞는 배역 하나씩 둘씩 해나가면서 실력을 쌓겠다고 한다. 얼떨결에 시작한 연기생활이지만 감사하게 생각하며 후회없이 열심히 하겠다는 황씨의 바람은 평범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내음이 듬뿍 배어 나온다.
『항상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께서 늘 건강하시고 모든 이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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