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이야르는 자신이 연구한 과학적 결론과 그리스도교 계시의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하면서 「그리스도인의 현세참여」라는 통합적 영성을 수립하였다. 그의 사상은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나뉠 수 있는데 그것들은 동시에 발전하면서 통일된 세계관을 형성한다. 하나는 과학적 진화 현상론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론이며 셋째는 역동적 그리스도교 영성으로서 현세 참여와 정복의 적극성이다.
1. 그리스도론에 기초한 창조론, 진화론 및 그리스도론
떼이야르의 창조론은 그의 영성을 전개하는 데 있어 결정적이고 독특한 역할을 한다. 그레 의하면 창조란 하느님의 계속적인 창조 활동이며 우주의 점차적인 진화과정이다. 따라서 그의 창조론은 전통적인 창조론에는 진화적, 역동적 개념이 개입되지 못했고 「인간의 적극적 참여」란 개념이 포함될 수 없었다. 또한 스콜라 신학의 창조론에는 그리스도와 창조의 관계는 거의 언급되지 않으며 창조는 강생 및 구속과 관련된 것으로 고려되고 있지 않다.
떼이야르는 요한 사가와 특히 바오로 사도의 그리스도론에 바탕을 두고 창조론을 수립한다. 그리스도는 창조의 중심과 머리이며 창조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만물의 통일 과정이다. 「그리스도 충만」을 향해 진화하고 그분의 초자연적 영향 속에 잠입해 있는 우주는 오직 오메가이며 완성자 그리스도 안에서만 그 존재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창조는 그리스도의 강생 및 구속과 밀접히 결부되어 있고 또한 인간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한다.
창조가 만물의 통일 과정이라면 진화는 하느님이 전 우주를 자신과 합일시키는데 사용하는 유일 무이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진화는 창조의 표현이고 창조는 전우주의 충만을 향한 진화 과정이다. 떼이야르에게 창조, 강생 그리고 구속은 하느님의 단일한 세계구원 계획에 나타난 세 모습인 것이다.
2. 현세 참여 및 정복의 영성
1) 그리스도인의 역동적인 새로운 영성
그리스도인은 현세의 진보를 위해 부지런히 일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점차적으로 더욱 충만히 태어나시게 해야한다. 그리스도인은 인류의 의식을 키워가는 인간의 노력을 존중하고 증진시키도록 힘써야 한다. 과학적인 진리 탐구와 사회 구조의 발전을 위해 인간의 에너지를 충분히 개발하고 이용할 것을 강조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형태의 윤리이며 영성이다.
이러한 영성은 인간의 자연적이고 능동적인 활력을 억제했던 전통적인 것과 달리 언제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개인적 및 사회적 차원에서 각자가 지닌 모든 힘을 활성화하고 극히 작은 가능성이나 잠재력마저 활용하는 자세이다. 이같이 역동적 차원에서 볼 때 하느님 섬김은 이전의 의미와 달라진다. 전통적으로 하느님 섬김이란 사물을 그분과 관련시켜 그분을 위해서 사물을 희생하는 것을 의미했으나 그에게 하느님 섬김이란 현세를 완성하기 위한 적극적 활동과 지적 탐구를 통해 자신을 창조 행위에 관련시키며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을 뜻한다.
2) 그리스도인의 현세 참여(집착)와 현세 초탈
세계 완성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헌신 활동은 두 가지 과정으로 간추릴 수 있다. 하나는 현세 참여(집착)이고 다른 하나는 현세 초탈이다. 이 둘은 분리하거나 대당시 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현세적 직무에 전적으로 매진할 때 자아마저 망각하고 현세를 초탈한다. 그것은 더 큰 목적을 가지고 궁극적으로 하느님만을 믿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의 이러한 초탈은 전통적 의미의 토찰과는 크게 다르다. 전통적 영성에 의하면 초탈은 흔히 현세 도피 또는 전적인 관상 생활의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영성에 의한 현세 생활은 영원한 삶에 비교되면서 거의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고 그로 인한 결과는 현세사에 관심을 잃게 한다. 그러나 떼이야르가 의도하는 초탈이란 현세의 과업에 충실히 매진하고 극기와 자아 포기를 통해 하느님께 도달하는 길이 된다. 그리스도인은 금욕적인 의미에서 세상을 싫어하지 아니하고 복음적인 의미에서 복음과 대당되는 세계를 싫어한다. 그러나 그는 그리스도를 향해 전진하는 세계를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이 같이 자신을 바칠 때 그는 자신을 망각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교적 자아 포기이며 초탈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이 세계 완성에 이바지하는 현세 참여는 그 자체로 힘들고 고통그러운 것이다.
여기에 계속적인 희생과 자아포기, 이기적인 나태 극복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떼이야르가 주장하는 영성은 현세 참여와 동시에 현세 초탈, 자아 발전과 동시에 자아 포기의 영성이다. 이러한 영성은 현세 도피가 아니라 적극적 활동을 통해 그것을 초탈하고, 정복하면서 하느님께로 도달하는 그리스도인의 역동적인 영적 자세이다.
3) 십자가의 영성
인간은 누구나 생활 안에서 수많은 악들과 대면하게 된다. 악들은 인생의 진로를 방해하고 때론 좌절시키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실패, 불상사, 육체적 정신적 결함, 질병, 늙음, 죽음 등이다. 이러한 악들은 존재의 모든 영역에 나타나고 있다. 악은 무기물에서는 분해로, 생물에게는 고통 및 죽으믜 형태로 그리고 인간 의식 영역에서는 죄로 나타난다. 무엇이든지 더 나은 상태, 더 높은 단계로 발전 내기 성장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즉 고통과 희생이 따라야 한다. 그리스도의 구속 사업이 고통스럽고 힘겨운 것은 그것이 창조의 모든 부분의 짐을 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우주의 완성자시기 때문에 자기 자신 안에서 만물을 통일시키기 위해 많은 고통을 겪으셔야 한다.
이러한 십자가의 의미는 그리스도의 구속활동의 두 양상과 결부시켜서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소극적인 측면으로 죄에 대한 보상과 속죄이고, 다른 하나는 적극적인 측면인 세계의 상승과 복귀이다. 전자는 전통적 십자가의 신학 및 영성에서 많이 부각된 것으로 고통, 희생, 속죄 등이 강조되었다. 이 영성을 수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의 정을 일으키도록 기여했지만 한편 세상사에 소극적이도록 영향을 미쳤다. 한편 떼이야르는 적극적 측면의 십자가에 대해 강조한다. 그도 십자가에서 속죄 행위를 간과하진 않지만 무엇보다 그리스도께 우주를 상승시키는 역동적인 능력과 정복을 십자가의 상징으로 본다. 그에게 십자가의 결정적 의미는 우선 창조이며 그것을 위해 불가피한 악을 거스려 싸우며 치르야 하는 대가이다.
4) 그리스도인의 성화
떼이야르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의 성화 혹은 완성은 그리스도의 우주 성화 활동에 협력하고 이에 따라 그분과 합일하는 데 있다. 그리스도는 진화의 궁극 목표로서 전 우주에 에너지를 발산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미치고 전 우주를 자신에게 이끌어 오는 진화의 제일 원동자이다. 그분으로부터 발산되는 이 에너지, 우주적 힘은 「사랑이다」. 사랑은 인격 상호간의 일치력 만이 아니라 진화의 보편 에너지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사랑엔 새롭고 더욱 폭넓은 의미가 담겨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은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거나 자선을 베푸는 것만이 아니며 이웃과 전 세계의 행복 및 발전을 위해 능동적으로 헌신하는 것이다. 현세의 진보를 위한 노력과 헌신은 그리스도 오메가(완성)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특별하고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그리스도인의 사랑은 가장 능동적이고 완전한 진화의 동인이 되는 것이다. 사랑은 이같이 역동적인 힘이므로 그리스도께로 지향하고 그리스고께 대한 사랑으로 통합된다. 그리스도인 생활에 그리스도와 합일을 이루어 주는 사랑 외에 또 다른 기본적 덕들이 요청되는데 그것은 순결, 신앙 그리고 충실성이다. 이러한 덕들은 그리스도인 생활을 하느님께 끊임없이 집중시키는 데 특별한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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