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계가 반인륜과 반생명적인 행위의 온상이 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특히 최근 몇 개월간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자살 사건을 통해 현실감을 얻고 있다.
지난해 자살 사이트에 자주 접속한 성인의 자살 충격에 이어 중학생과 초등학생의 연이은 자살, 폭탄제조 사이트 운영, 살인관련 사이트를 모방한 조모군 살해 등 인터넷이 반인륜 행위의 원인이 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관련 사이트 81개
서울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밝혀낸 바에 의하면 현재 개설중인 자살관련 사이트는 81개로, 자진 폐쇄한 30여 개 사이트와 폐쇄 요청한 사이트 9개를 제외하고도 42개의 자살 사이트가 운영중이며 이들 사이트에는 「고통없이 죽고 싶고, 죽을 방법을 찾는 중」「아무나 고통 없이 죽여 줌」등 자살을 시도하겠다거나 자살용 약 판매, 동반자살과 촉탁 살인의사 등을 밝힌 글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또 최근 우리 사회에 이른바 「엽기신드롬」이 불면서 소설이나 영화, 광고, 사진 등 모든 영역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을 넘나들며 확산되는 엽기 문화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이 같은 사이트에는 출산도중 사망한 태아의 모습을 비롯 교통사고로 사망한 시체 사진을 올리거나 온갖 욕설을 몽땅 기록해 놓은 사이트 등 일상에서 벗어난 엽기들이 난무하고 있다. 얼마전 한 여성을 묶어놓고 권총으로 살해하는 장면을 그대로 담고 있느 사이트가 TV뉴스 시간에방영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폭탄을 제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에서 지시하는대로 폭탄을 제조한 결과상당한 폭발력을 지닌 폭탄이 제조되었을뿐더러 제조 과정에서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 주의가 요망되기도 했다.
인간관계 부족으로 생명경시
경찰청에서는 이러한 유해 사이트들을 일부 폐쇄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해외 서버를 이용하거나 개인 홈페이지에 가명으로 개설한 반사회적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내기는 힘든 실정이다.
결국 지난해 자살 사건 발생 이후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살 사이트들이 잔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번에 또다시 그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은 인터넷이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사이버 세계가 갖고 있는 익명성과 몰가치의 실상에 대해 우려를 하게 한다.
최근 들어서는 청소년들의 놀이터처럼 되어버린 인터넷이 이러한 반생명적인 행위의 동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관심이 매우 긴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회적인 현상은 익명으로 범죄 정보와 동조자를 구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과 함께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 정보화 사회로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인간관계 부족이 만들어낸 공허함, 생명 경시 풍조가 엮어낸 현상이다.
특별한 범죄의식 없어
특히 이러한 풍조는 성인들에게도 나타나지만 미성숙한 가치관을 가진 청소년들에게 더욱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아 유해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이 특별한 범죄의식 없이 이러한 사이트를 개설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더 이상 청소년들이 사회악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되고 있어 시급한 해결책이 요청되고 있다.
반인륜 사이트로 인한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철저한 단속과 법적 대응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회 전체에 깔려있는 생명경시 현상을 바로잡고 네티즌들의 윤리강령 확산과 청소년에 대한 사이버 윤리교육 강화를 통해 반사회적 사이트 접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인성교육 강화해야
또한 풍성한 인간관계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참여 의식을 높이고 인성중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유해정보팀 홍순철 팀장은 『인터넷은 클릭만 하면 유해성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여과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며 『각급 학교에 유해사이트 선별 소프트웨어 제공이나 청소년 권장 사이트를 보급, 지속적인 교육사업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욱부는 새학기부터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인터넷 윤리교육 시간을 별도로 배정, 인터넷을 이용한 폭력 등 불법행위와 해킹, 음란물, 폭력물 유통, 국적 불명의 비어 은어로 된 넷 언어사용 등에 대한 유해사례를 소개하고 예방 교육을 실시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너진 윤리교육과 생명 경시 풍조에 있음을 놓고 볼 때 단순히 인터넷의 확산과 그 부작용만을 탓해서는 안될 것은 분명하다.
통계청 1999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은 10만명 중 16.1명꼴로 자살했다. 그 전해인 98년에는 무려 26.6명으로 세계 2~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사고사 중 자살이 교통사고에 이어 두 번째 사망원인이라는 점을 볼 때 그 심각성은 매우 크다.
이러한 시점에서 생명의 존엄을 부르짖는 가톨릭 교회가 사이버 세계의 이러한 극도의 부작용을 정화하고 성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 사목에 각별한 관심둬야
사실 정보사회를 앞두고 교회는 다각적으로 정보화라는 시대적 조류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교회 안에서 이뤄져온 다양한 노력들은 주료 교회 행정 업무 전산화 또는 선교의 대상으로서만 사이버 세계를 간주해왔다.
이에 따라 각 교구와 교회내 기관 단체들은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하고 비신자들을 대상으로 가톨릭 교리를 알리는 사이트들을 개설해왔다.
하지만 낙태반대, 사형제도 폐지, 안락사 반대 등 현실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반생명적인 현상들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갖고 서명운동 등에 전재해왔지만 정작 정보사회의 도래로 인해 새롭게 열린 사이버 세계의 성화, 복음화에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현재 한국 사회 안에서 나타나는 정보사회의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은 이제 좀더 적극적인 양상을 띠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회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러한 시대상에 걸맞는 사이버 사목이 정책적으로 개발되어야 하며 각종 부작용들에 대해 복음적인 견지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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