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학교실천연합회가 최근 전국 교사, 학부모, 대학생 등 22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 진학시 학교와 학원수업의 유용성」을 묻는 질문에 30대 미만의 젊은 교사중 68.6%가 학원이 학교보다 더 유용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삼성 SDS의 PC통신 유니텔이 유니텔 이용자 256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교육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중 9명이 「교육정책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붕괴는 분명 국가와 사회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암울한 우리 교육의 현장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교육 붕괴의 원인
교육위기를 가져오게 한 가장 큰 원인은 교육에 대한 투자 미흡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교육예산의 절대 부족으로 학교 현장은 아직도 수십년 전의 낙후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교육방법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만성적인 교사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교원 정년을 62세로 낮춘 98년 이후 정년퇴직 1만5268명, 명예퇴직 3만4078명 등 총 4만9346명이 교단을 떠났지만 증원은 그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교육의 질을 따지기에 앞서 기본 여건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학생과 교사, 학생과 부모간의 세대간 격차와 괴리현상이 지나치게 크게 나타나 대화의 단절을 가져오게 됐다.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한 학생들과 전 근대적으로 보수적인 교원, 학부모간에 이해하 상반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학교와 가정교육에 흥미를 잃고 방황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이 전인교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교육현장 실태
학교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비정상」이 「정상」을 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과외학습 등 사교육은 성행하면서 정상적인 학교교육은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학교에서는 인성교육보다는 입시교육에 더 매달리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등지에서 유행한다는 초등학생들의 선행학습 열기는 「비정상」인 우리의 현주소를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초등학생들이 몇시간씩 학원 책상에 앉아 중학교 과정의 영어, 수학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울러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교조가 지난해 실시한 「학교붕괴 현사에 대한 교육주체의 의식조사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원붕괴의 실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수업을 할 때 학생들로부터 교사의 권위를 존중받고 있는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교사는 17.7%에 불과했고, 「그렇지 않다」고 답한 교사가 50.5%나 됐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선생님을 믿고 존경하는가」문항에는 「그렇다」가 34.9%인 반면, 41.9%는 유보적인 태도, 22.6%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육 붕괴의 문제점
무너진 교육은 필연적으로 문제학생을 양상하게 된다. 매년 가출하는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12만명, 그중 7~8만명 정도가 학교에서 퇴학당한 학생들이다.
한국청소년 선도회의 조사에 따르면 가출을 선택한 아이들의 가장 큰 이유가 학교가기 싫어서로 나타났다. 교육현장의 붕괴가 이제 일부 문제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총 인원은 약 140만명. 그중 상위 10~20%만이 수업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고, 나머지는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교 폭력이 매우 심각한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도 붕되된 교육의 한 단명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교육이 불가능한 교실상황은 면학분위기 상실, 학력저하로 이어지고 생활지도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조기 교육에 멍드는 아이들
지난달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소아정신과 진찰실로 3살된 한 아이가 엄마손에 이끌려왔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진 원형탈모증이었는데 일주일에 3번 다니는 영어유치원 나가기가 무서운 것이 발병 원인이었다. 최근 열풍처럼 몰아치는 영유아에 대한 조기 사교육이 일부 긍정적 평가에도 아이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겨줄 뿐 아니라 안 받느니 못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조기 사교육은 그 교육적 효과에 치밀한 검증 절차를 대부분 생략한 채 확산 일로에 있다.
그 선봉격인 영어유치원은 일반 유치원보다 수업료가 2~3배나 비싸지만 몇 달전부터 대기명단에 들어야 입학이 가능하다. 서울 강남의 K영어 유치원의 경우 수업료(58만원)와 간식대(3만원)등 월 60만원을 내고도 보통 네달씩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더욱이 부모들은 서로간에 과열 경쟁이 붙어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소위 「왕따」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새 천년기 교육의 복음화
이제 기로에선 교육의 백년대계 틀을 새롭게 짜야한다.
한국교회는 처음으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계에 종사하는 가톨릭 신자 교육인들의 만남을 지난해 5월 21일 가지며 「학교 붕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과 복음의 만남」을 시도했다.
가톨릭교육자 대회를 통해 교육계 참석자들은 학교 교육의 붕괴 위기에 처한 오늘날 우리 교육 현실을 유일한 스승인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사랑으로 교육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서울 구정고등학교 김진성(요한) 교장은 『학교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원, 학생, 학부모간에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자 교육자들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교육 사도직의 중요성을 깊이 절감하고 실천해야 할 책임과 소명이 있다고 덧붙였다.
과제와 전망
교육이 무너지고 교권마저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에서 교육에 대한 소명과 책임의식을 어떻게 현실화시키는가 하는 문제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톨릭 교회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294개에 달한다. 학생 수가 12만 7559명,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수는 5527명이다. 나아가 일반 교육기관에서 교육에 종사하는 가톨릭 신자 교육자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우선 가톨리계 학교들부터 앞장서야 한다.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이문희 대주교는 지난해 교육자 대회에서 『신자 교육자들이 사람을 살리시는 예수님을 본받아 어린이와 학생을 살리는 교육을 해왔는지 반성하는 계기를 삼자』고 권고했다.
일선 교사들은 다시금 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와 교사의 변화, 교육재정 확충, 학교와 교사의 요즘 세대에 대한 이해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교사에 대해 학생이 갖는 존경과 신뢰회복이야말로 교육을 살릴 수 있는 배양토라고 주장한다. '
입시만을 위한 교육은 자칫 교육 자체의 본질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참교육이란 인간을 인간으로 완성시키는 일로서, 그리스도의 삶속에서 가톨릭 교육의 정체성을 찾아 이를 바탕으로 참교육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향후 한국교회 전체가 한 마음으로 교육에 대한 소명과 책임감을 가질 때 우리나라 교육계 전반에 작은 메아리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학교 교육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참 학교는 진정한 공동체
상호이해 정신 일깨워야
인격형성 기관으로 발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그리스도적 교육에 관한 선언을 보면 『모든 교육기관 중 학교는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고 지적하고 『학교는 그 사명에 의해 지적 능력을 계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려하며 학생들 사이에 교우생활을 조성하여 상호 이해의 정신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 사회를 대표하여 학교에서 교육의 임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의 소명은 숭고하며 중대하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이 발표한 「가톨릭학교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학교는 문화적 유산과의 생생한 만남을 통해서 전인적 형성이 이뤄지는 특별한 장소』라고 규정하고 『특별히 현대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 공학의 발달로 말미암은 비인격화와 대량 생산 사고방식의 위험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본연의 인격형성의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나아가 학교는 진정한 공동체라야 하며 그 공동체의 가치는 성원들간의 대인적이고 진실한 인간 관계를 통해 또 개인적으로나 단체적으로 학교 전체에 흐르는 인생관에 호흡을 합께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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