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방배동본당(주임 이원규 신부)과 우면동본당(주임 백광진 신부)은 폭우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우면산 산사태로 방배동본당은 신자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도 3명이 발생했다.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 거주하는 정대훈(토마스·54)씨는 27일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고, 방배동 윗성지마을 판자촌에서도 김승자(사라·67)씨가 실종됐다가 이튿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인명피해뿐 아니라 재산 피해도 컸다. 20여 가구가 큰 피해를 입었으며, 본당 17개 구역 중 피해를 입지 않은 구역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전원마을 권기현(이사악)씨는 자신이 살던 집이 반파되고 가재도구를 모두 잃어 현재 자치회 마을회관에사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권씨는 “83세대 중 10세대 가옥이 심각하게 무너졌고 이 중 두 채는 형체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복구에 필요한 자금이 없어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면동 일대를 관할하고 있는 우면동본당도 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로 사망한 18명 중에는 본당 신자 김봉심(마리아·73)씨도 있었다. 우면산 송동마을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김씨는 27일 산사태 직후 실종됐다가, 다음날 비닐하우스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강남구 내의 성당들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삼성산본당(주임 이철학 신부)과 사당동본당(주임 김주영 신부)은 성당이 침수되기도 했다. 또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의 150세대도 침수돼 주민들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해 생활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강경규(프란치스코) 선교사는 이번 폭우 피해에 대해 “수도권 빈민촌은 매해 장마철마다 수해를 입었지만 올해의 경우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역시 교구 내 여러 지역에서 수해가 발생했다. 동두천본당(주임 이문호 신부)이 관할하는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2동, 중앙동, 보산동 등 4개동 저지대 주민들의 집과 일터가 대부분 물에 잠겼다. 동두천본당은 사제관, 유아실, 성당 복도 등에 물이 새는 피해를 입었지만, 성당을 이재민 대피소로 개방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9일에는 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동두천성당과 전곡성당을 직접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긴급구호자금을 전했다.
▲ 동두천본당 관할 지역인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2동, 중앙동 등의 저지대 집 등이 대부분 물에 잠겼다. 동두천본당은 성당을 이재민 대피소로 개방했다.
지난달 27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곳곳에서 산사태가 있었다. 이 때문에 경기도 광주시 실촌면 곤지암리 곤지암성당(주임 송영규 신부)에는 5톤 트럭 3대 분량의 대규모 토사가 밀려들어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본당은 비가 잦아들자 곧바로 포클레인과 트럭 등 중장비를 이용해 성당 입구와 앞마당까지 쌓인 흙더미를 실어 나르는 작업을 이어갔다.
특히 화성시 송산면 봉가리 사강성당(주임 문석훈 신부) 제의방은 오래된 지붕이 부서지면서 빗물이 들어차 제의와 가구 등이 젖는 피해를 입었다. 제의 등은 곧바로 세탁, 복구했지만 물을 먹어 곰팡이가 슬고 뒤틀린 가구는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성당 내 앰프 등 일부 전기시설이 손상돼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사제관과 수녀원도 물이 새 벽지가 젖는 등의 피해가 있었지만, 본당측은 이웃들의 크고 작은 피해와 비교하면 피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라며 피해 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우선적으로 요청했다. 사강성당은 지은 지 35년이 넘은 성당이다.
아울러 성남대리구 도척·초월본당, 안산대리구 광명본당 신자 가옥 등도 폭우로 침수돼 한때 일부 신자들도 대피소 생활을 해야 했으며, 성남대리구 상대원본당 신자 1명이 물에 잠긴 공장을 살피다가 급류에 휩쓸려 안타깝게도 선종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에 따라 각 본당 사회복지분과를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자들은 지역사회 봉사단체 등과 연계해 현재까지 피해 가정 집안 정리와 세탁, 음식 봉사 등에 나서고 있다.
교구 전체적으로는 복음화국 봉사자회 뮤지컬팀 ‘앗숨 도미네’가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에 위치한 앗숨 도미네 연습실은 7월 26~28일 쏟아진 비로 완전 침수돼 연습실 안에 있던 모든 악기와 가전제품들이 유실 혹은 고장 난 상황이다. 경기도재난안전대책본부 추산으로도 성남시 인근에서 단일 공간으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비가 그친 후에도 연습실은 1.5m 이상 물이 넘쳐 곧바로 복구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각종 악기와 가전제품 피해액은 중고가로 견적을 내더라도 40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지자체 조사에 따르면 연습실 건물 뒤 배수로 관리 부실로 인한 수로 범람이 침수의 원인으로 나타났으나, 교회 봉사 단체 특성상 구청이 요구하는 사업자등록증 등의 보상 기준을 충족할 수 없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앗숨 도미네는 오는 9월말 공연을 앞두고 있어, 같은 건물 3층 빈 공간을 임시연습실로 삼아 선풍기 하나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 수원교구 복음화국 봉사자회 뮤지컬팀 ‘앗숨 도미네’는 폭우로 연습실이 완전히 침수돼 모든 악기와 가전제품 등이 유실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홍문택 신부는 “1차 붕괴 이후 계속 해서 내린 비로 2차 붕괴가 진행돼 현재 교실과 기숙사를 모두 폐쇄하고, 마을 입구에 있는 2캠퍼스로 긴급 대피해 있는 상황”이라면서 “70m가 넘는 축조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당초 예상했던 복구비용 1억 원을 크게 넘어설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도 연천읍 양원리 일대에 위치한 예술 대안학교 ‘화요일아침예술고등학교’는 27일 오전 학교 뒷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건물 파손과 시설 훼손 등 1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