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도에 다녀왔다는 지인을 만났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반갑다는 인사도 잊은 채 사진 몇 장을 건넸다. 작고 귀여운 빨간 집게발에 동그란 눈을 한 사랑스런 게, 검은 너럭바위가 늘어선 바닷가, ‘구럼비를 지켜라’고 쓰여진 예쁜 벽화들과 ‘해군기지 건설반대’라는 현수막, 그리고 생명 평화를 위한 미사가 봉헌되는 사진들이었다.
제주도의 올레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제7코스가 지나는 길에 강정마을이 있다. 강정마을 앞의 중덕바다는 선명한 푸른 빛깔이 유난히 아름다운 곳으로 생태 보존지역이다.
해안에 누워있는 구럼비 너럭바위는 하나 하나 따로인듯 하지만 모두 붙어있는 신비한 모양새로 유네스코가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곳이고, 천연기념물보호종인 붉은발 말똥게가 이곳에 서식한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구럼비 너럭바위를 깨는 포클레인과 해머 드릴 소리가 울리고, 붉은발 말똥게는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창세기에 사람이 세상을 다스리라는 말씀이 있다.
사람의 탐욕을 위해 산과 강과 바다를 파괴하고 종의 씨를 말리는 것이 아버지의 뜻에 맞게 다스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명을 살리고 뭇 생명과 더불어 공존하라는 뜻일 것이다.
비가 더 온다고 한다. 사람이 상하고 여러 목숨이 세상을 떠났다. 개발의 흔적이 지나간 자리에 산사태가 나고 물난리가 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산과 강과 바다가 사람의 탐욕에 어떻게 답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날들이다.
생명을 살리시는 그리스도의 마음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지켜지는지 돌아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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