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중고등학교 국사와 세계사 교과서에 포함된 가톨릭 관련 역사 서술 중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내용들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선 교육 현장의 요사들을 포함한 관계 전문가들은 지난 8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수 차례에 걸쳐 중고등학교 교과서들을 분석해 가톨릭의 입장과 시각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내용들을 지적했었다.
특히 지난 1989년 7개 가톨릭 교육이념의 관점에서 당시 교과서를 분석한 자료집을 제작해 교과서의 왜곡된 가톨릭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자료집은 개신교의 입장이 반영된 사관 자체의 재정립부터 「면죄부」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용어의 수정까지 폭넓은 문제를 제기했었다.
또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 가톨릭교과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89년부터 세계사, 국사, 사회 등 3개 분과별로 모임을 가지면서 교사용 자료집 편찬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을 받은 내용들 조차 거의 대부분 수정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그대로 교과서에 포함돼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사실상 가톨릭 교회와 교회사에 대한 시각을 함축하고 있는 부분들로서 전체적인 시각도 문제려니와 이미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조차도 거의 교과서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일부 교과서는 다소간 지적된 내용들을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여전히 많은 부분이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중세 교회의 부패를 비난할 때 가장 흔히 인용되는 소위 「면죄부」의 경우 성 베드로 대성전 건립을 위해 반포된 대사를 얻기 위해 선행의 행위로 기부금을 낸 것을 지칭하는데 이는 명백하게 「대사」라는 용어로 대치돼야 한다. 대사는 죄르 ㄹ사면 또는 사죄하는 것이 아니라 고해성사를 통해 용서받은 죄에 대한 벌을 사면하는 것으로 분명히 「면죄부」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하지만 2001년도 2종 교과서 세계사 8종 대부분은 「면죄부」를 판매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교황 레오 10세는 성 베드로 성당의 개축비용을 마련하고자 독이레서 면죄부를 판매하게 하였다』(노벨문화사 刊, 고등학교 세계사 170쪽).
『독일은 … 성 베드로 대성당의 수축비를 마련하기 위한 면죄부 판매가 성행한 지역이었다(천재교육 刊, 고등학교 세계사 175쪽).
다만 일부는 각주를 달아 「대사」의 의미를 별도 해설하고 본문 설명에서는 다소 어색하기는 하지만 면죄부와는 다른 개념인 「면벌부」라는 용어를 사용해 개선된 면을 보이기는 했다.
『카톨릭 교리상 인간이 지은 죄는 없어지지 않고, 다만 그에 대한 벌을 면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대사, 혹은 면벌부라 부른다』(보진재 刊, 고등학교 세계사 190쪽 주 ①).
「크리스트」는 「그리스도」로 표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교과서가 여전히 「크리스트교」로 서술하고 있다. 「계서제」또는 「계서제도」라는 말도 「교계제도」라는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
「동서 로마 교회의 분열」은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분열」, 또는 「라틴교회와 비잔틴교회의 분열」로 표기되어야 한다. 특히 「로마 카톨릭 교회」와 「그리스 정교회」로 표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용어는 분열 이후에 생긴 용어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교과서 대부분은 바로 로마 카톨릭교와 그리스 정교의 분열로 서술하고 있다.
『11세기에 이르러 비잔틴 황제를 수장으로 한 그리스 정교와 로마 교황을 으뜸으로 한 로마 카롤릭교로 완전히 분열되었다』(보진재 刊 세계사).
「성상 숭배」라는 용어도 「성화상공경」이라는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 가톨릭 교회가 성상을 하나의 우상으로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같은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도 성상 숭배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일부 교과서(보진재 刊 세계사)는 「성화상 공경」이라는 용어를 정확히 사용했지만 천재교육, 노벨문화사 등의 교과서에는 「성상 숭배」가 사용됐다.
중국 교회사에 있어서의 「전례 문제」는 「의례 문제」으로 수정돼야 한다. 왜냐하면 전례는 교회의 예배와 관련되는 것인데 중국 교회에 있어서 이 논쟁은 천주교 신자가 중국 전통의식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적절한 용어의 문제 뿐만 아니라 역사 서술과 배경 설명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특히 교회의 분열과 중세 교회, 종교 개혁 당시 가톨릭의 위치와 입장, 시각 등의 서술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로마 제국의 교회 박해의 원인을 황제 숭배 거부에 국한해 서술함으로써 부족한 감이 있으며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발전이 로마 제국의 황제들에게 위협이 된 정치적 요인을 포함해 다양한 내용들을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세 교회의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표현되어 이른바 중세 암흑기의 모든 책임이 교회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종교 개혁의 원인이 종교적 배경에만 국한돼있으므로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배경도 충분하게 설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루터의 파문 이유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돼야 할 것이다.
특히 중세교회와 종교개혁 당시의 서술은 개신교의 사관이 지배적이라는 인상을 줌에 따라 사관 자체의 재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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