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나목」으로 등단 한국문학의 성좌로 자리 매김한 지 30년. 지난해 등단 30주년과 고희(古稀)를 기념, 그의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 본 비평집 「박완서 문학 길찾기」를 출간한 소설가 박완서씨(71·정혜 엘리사벳·구리본당)를 만났다.
92년 웅진출판사에서 그간의 문학 세계를 총괄한 「박완서 문학앨범」이 출간되기도 했지만 자신의 문학 여정과 다양한 비평론을 담은 이 책이 마음에 든다는 박씨는 『남들에게 너무 대우를 받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송구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박씨는『등단 30년이다, 고희다』라며 내세우는 말들은 싫단다.
학계와 평단에서 박완서 문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집필된 「박완서 문학 길찾기」는 삶과 문학, 주제비평론, 중·장편소설 작품론, 작가연구자료 등 총 4부에 걸쳐 박씨의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정리했다. 이 책에 따르면 『박완서의 문학세계는 중·단편을 포괄하여 한국 문학사의 맥락과 연댚를 갱신하는 업적을 이룩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여성문학을 넘어선 페미니즘, 저속하고 악한 자본주의와 도시문명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세태문학, 근대의 서민역사를 재조명하는 풍속문학, 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해부하는 분단문학 등 너른 주제의 지평을 열어가며 적절한 문체로 촘촘하면서도 역동적인 서사의 얼개와 날카로운 심리묘사』를 그의 작업 성과로 적고 있다.
지난해 말 5년만에 내놓은 장편 「아주 오래된 농담」은 출간된 이후 몇 달 간 각종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고수하고 있어 그의 이러한 명성을 실감케하고 있다.
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람들이 흔히 「내가 살아온 걸 소설로 쓰면 10권도 넘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저도 「이건 나에게만 있는 경험이다」라고 생각하며 그것들을 소설로 담아낼 날이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죠』라고 답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은 그가 절절히 경험한 6·25 전쟁과 분단, 가족, 여성문제, 죽음에 얽힌 리얼리티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그는 『소설은 사람을 그리는 일이고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시작되죠. 인간을 둘러싼 가족과 사회 등 모든 환경을 의식 안할 수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나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주는 영향 또한 소설의 소재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30년간 14편의 장편과 100여편의 단편, 13편의 수필집, 6편의 동화 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벌여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나목」과 「미망」을 꼽은 그는 『나목은 자발적으로 쓰고 싶어 쓴 첫 작품이고 무엇보다 문학에 대한 순결이 남아있는 작품이어서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또 『미망은 길이도 길고 4~5년 동안 어렵게 쓴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자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책마다 다르지만 읽는 이들이 작품 속으로 쉽게 빠져들어 읽는 동안 즐거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며 『소설이란 곧 나는 누구인가. 산다는 건 무엇인가 등 「인간에 대한 연구」이므로 독자들이 삶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소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 문인으로 신앙과 결부된 작품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받아온 그는 그런 글을 쓸만한 신자가 못된다고 손사래를 친다.
등단 30년을 넘기며 문단의중견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씨는 요즘의 서점가를 보며 「소모품처럼 세태에 영합하는 글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친다.
후배 문인들에게도 『고이기 전에 써버리는게 아니라 조용히 고여오길 기다렸다가 글을 쓰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며 『고이기 전에 퍼내면 이야기를 만들어도 빈곤한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구리시 아치울 마을. 박씨는 이름처럼 예쁜 마을에서도 넓은 마당에 철마다 매화, 살구, 목련, 백일홍, 한련, 금잔화, 구절초 등 갖가지 꽃을 피워 「아는 사람은 다 아는」노란집에 살며 무언가가 고여오길 기다리는 박씨는 『어떤 소재가 나에게 걸릴까 보이지 않는 안테나를 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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