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가난한 이들의 삶에 새롭게 눈뜨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교회 최초로 본격적인 쪽방 지원사업에 나서는 서울대교구 제1지구 사회사목 담당 서춘배(해방촌본당 주임) 신부는 자신의 부끄러운 심정부터 털어놓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20년 전 신학생시절 현장활동을 나왔던 당시 쪽방의 모습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는 서신부. 그는 쪽방에서 일상을 엮어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가 우리의 무관심을 아프게 찌르는 메시지라고 말한다.
정부나 구청 차원의 실태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어 국민이지만 국민으로 살아본 적 없는 쪽방 거주자들의 존재가 큰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는 서신부는 이번 쪽방 지원사업이 가난한 이들을 향한 새로운 영성을 발견하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쪽방 사업을 위해 올초부터 서울역 인근의 쪽방 밀집지역을 수 차례 돌아보며 거주자들의 삶을 알아보는 등 바쁘게 보낸 서신부는 새로운 교회상의 실현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쪽방 사람들의 냉소적인 모습을 대할 땐 가슴이 아픕니다.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사랑으로 녹여 나가는 게 저희들의 소명이 아닐까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씩은 쪽방 지원센터에 머물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계획인 서신부는 이들 가운데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 분인지 전하는 일이 신앙공동체 안에 하느님나라의 또 하나의 표지를 세우는 일임을 역설했다.
『20년을 넘게 한자리에서 살며 누구도 원망 않는 할아버지, 너무 가벼워 안아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갓난아기 등 자신도 모르게 눈물 글썽이게 하는 이런 체험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는 길을 찾아 나선 사목자의 바람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쓸쓸할 죽음을 맞고 있는 이웃의 안타까움에 대한 메아리가 돼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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