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계에서 몇몇 손꼽히는 화랑으로 자리매김한 갤러리 사비나 운영을 맡고 있는 이명옥(사비나·46) 관장.
개관 이후 줄곧 미술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다채로운 기획전시와 신인작가들의 발굴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주제가 있는 전시」를 마련했던 이관장은 96년 개럴리 개관 당시 관념적인 전시풍토를 바꿔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갤러리 사비나가 여태껏 보여준 전시는 「교과서 미술전」「물의 풍경전」「키스전」「이발소 그림전」「일기예보전」등 전시제목만 봐도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들.
또 갤러리 사비나는 역량있는 신인 작가들에게 작품을 청탁, 전시 때에는 각양각색의 개성있는 작품들이 나와 작가와 관객 모두가 만족하는 전시를 꾸며왔다.
미술인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화랑을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었던 이관장은 『미술의 대중화는 작품 가격을 낮추는데 있는게 아니라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그림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네차례의 기획전과 작가초대전으로 매년 전시를 마련해온 개럴리 사비나만의 독특한 점은 관람객들에게 전시 때마다 작품의 가격을 함께 알려주는 것이다.
작품을 사주는 화상(畵商)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품을 사는 데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몇십 만원부터 몇백 만원에 이르는 작품가격을 부담스러워하지만 이관장은 『그림은 대량생산품이 아닌 미술가의 영혼이 담긴 유일무이 한 것』이라며 화상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아까지 않는다. 덕분에 지금은 평범한 미술애호가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기획전을 마련하고 있지만 늘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관장은 이같은 화랑운영의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작년에 「갤러리 이야기」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국내에도 작가들이 그들의 기호에 따라 찾을 수 있는 전문화랑이 늘어낫으면 해요.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백남준씨 같은 분들을 낳을 수 있도록 말이예요』
한때 시인을 꿈꾸기도 했던 이관장은 성신여대 졸업 후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목포 MBC 교양국 PD를 지냈다. 현재는 갤러리 운영과 함께 홍대 미술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공부하고 있다.
※문의=(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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