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처음 에덴 동산에서 인류 최대의 사건이 발생한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지어 복을 내려주시며 세상의 모든 만물을 다스리라 명한 아담과 그의 짝 하와가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고 눈이 밝아진 것이다.
그들의 죄가 다음 세대의 죄를 유발하고 한 세대의 죄가 다음 세대의 죄로 이전되며 온 인류가 죄악의 상태 속에서 뒤얽히게 된 사건. 그 이후로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 죄를 안고 태어나며 이를 원최(原罪)라 한다.
우리가 이제까지 갖고 있는 「원죄(原罪)」에 대한 개념을 뛰어 넘어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종교의 패러다임은 「원복(原福)」에서 비롯된 창조중심 영성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책이 출간됐다.
도미니칸 설교회 수사신부인 매튜 폭스가 쓰고 평신도 신학자 황종렬 박사가 번역한 이 책 「원복(原福)」<매튜 폭스/황종렬 역/분도출판사/352쪽/12000원>에서는 「우리의 지혜와 생존 추구에서 인류는 종교의 새패러다임을 요청하는가」와 「창조 중심 영성전통이 그런 패러다임을 제공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놓고 『인류가 요구하는 인간과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창조중심 영성의 회복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여러 세기 동안 신학과 성서 연구, 신학교와 수도자 수련, 성인전과 심리학을 지배한 서양종교의 배타적인 영성 모델은 「타락과 속량」이라는 이원론적 신학 즉 「죄」와 「탓」과 「원죄」로 시작되고 원죄를 범함으로써 죄악의 노예가 된 인류를 구세주 그리스도 구출한 「속량」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창조중심 영성모델은 믿는 이들에게 창조성, 정의와 사회개혁, 에로스와 놀이, 기쁨을 가르치며 기뻐하는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이 책은 먼저 서두에서 오늘날 인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종교의 새 패러다임이 창조중심 영성이어야 함을 뒷받침하는 10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그 10가지는 생태계 위기아 실업, 과학의 각성, 전지구적 차원에서 알고 있는 일치운동, 정의와 해방운동, 여성운동, 종교, 교육의 변모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다.
또 긍정의 길, 부정의 길, 창조의 길, 변모의 길 등 네가지 길을 통해 「타락/속량」영성과 창조중심 영성을 대비, 주장을 설득력 있게 끌어내고 있다.
특히 부록으로 예수 그리스도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구티 에레즈 등 예술가에서 오늘날의 과학자, 사회적 예언자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들을 「창조중심 영성을 살거나 가르쳤던 인물의 계보」로 싣고 있다.
또 「금욕적-심미적」「가부장적-여성론적」「하느님 나라=교회-하느님 나라-우주, 창조계」「열정은 저주-열정은 축복」등으로 분류되는 ‘타락/속량’ 영성과 창조중심 영성을 비교한 목록도 흥미롭다. 다소 진보적인 시각과 몇몇 부분에서 나타나는 편향과 놀리도 눈에 띄지만 이제까지 인류가 지고 있는 죄(罪)에 대한 부담감과 무거움을 깨고 「복(福)」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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