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길리암-바레씨 증후군이란 희귀한 병으로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최남순(크리스티나) 수녀가 투병 중에 써내려간 시를 모아 내놓은 새 시집 「행복한 순례자」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저자가 사선을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 더욱 절실히 느낀 절대자의 변함없는 사랑과 자신에게도 그 모든 것을 감싸안을, 넓이와 깊이를 잴 수 없는 사랑의 가슴을 달라고 청하는 한 수도자의 소망이 묻어난다.
최수녀는 대통령 표창과 교정대상 등을 수상, 재소자들의 어머니로 더 잘 알려진 이.
「하느님의 시간표」에 이어 두번째 시집인 「행복한 순례자<사람과 사람/134쪽/5000원>」에는 최수녀가 6년 동안 병상에서 쓴 61편의 시와 투병일기가 수록돼 있다.
목숨을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투병 중에도 병에 걸린 것조차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믿었던 노(老) 수녀. 그는 자신을 찾아온 고통조차 「하느님 앞에 혼자 받는 커다란 사랑의 선물」이라고 고백한다.
「죽음이란/ 딱딱하고 질긴 고치 속을 빠져 나와/훨훨 공중을 나는/ 아름다운 하얀 나비처럼/ 육체란 누너기 옷을 벗고/ 영원불멸의 눈부신 꼬까옷으로 갈아입는 것/ 그리하여/죽음은 죽도록/아픈 것인가/죽음 앞에는/누구나 홀로 이며/아무도 동행해 줄 수 없는가 보다」(「죽음이란」중).
또한 맑고 순결한 영혼을 가진 한 수도자가 정작 자신이 겪은 고통을 한편의 시로 들려줄 때 읽는 이들은 어느 새 가슴 한 구석에 뭉클함이 느껴진다.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통곡하는 듯한 울음까지 우러났다. 그처럼 기막힌 울음은 처음이었다…』
『수녀님 지금까지 아주 기쁘게 잘 계셨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우셨어요?』『십자가 위에서 고통 당하시는 예수님을 만났어요』
그 때 나는 많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하느님의 절정의 사랑을 체험한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고통의 의미1」「십자가의 길」「십자가」「기도의 성찰」등 최수녀의 기도와 묵상이 십자가 고통을 묵상하는 사순시기를 지내는 우리들을 인도한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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