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 평화의섬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고병수 신부(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 겸 복음화실장)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의 현 상황에 대해 “이전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생명·평화를 위한 미사’가 끝난 후 고 신부는 강정마을회관으로 이동해 강정마을 강동균 회장과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전 국방장관), 김동성 의원(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이 면담하는 자리에 동석했다. 고 신부는 “면담은 차분히 진행됐고 주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청취했다”며 “한나라당에서 강정마을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를 검토하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고 신부는 “제주도와 제주교구만의 문제였던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이 전국적인 이슈가 된 것은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강우일 주교가 중심을 정확히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의 뜻에 교구 사제들이 공감하고 교구민과 도민들도 동참하면서 ‘외부’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군과 경찰이 불순한 ‘외부세력’이라고 폄하하는 이들은 순수하게 환경과 평화를 옹호하는 시민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해군기지 건설부지는 제주 화순지역과 위미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되다 강정마을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고 신부는 “제주는 평화의 섬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군사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제주가 지니는 상생과 화합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제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해군기지가 건설돼도 같은 비판이 제기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 고 신부는 “제주는 4·3사건을 겪은 곳이어서 상징성 면에서 제3의 지역과는 다르다”고 제주의 상징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서 보듯 지리적은 물론 전략적 측면에서도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면 제주보다는 서해가 적합할 것”이라며 “야5당의 연구보고서에도 같은 결론이 기술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신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향후 타 종교, 시민단체와의 연대 방향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문제의 주체는 강정마을 주민들이지 교회가 아니다”고 답했다. 교회의 역할은 주민들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고 이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라며 교회가 해결하겠다고 주체적으로 나선다면 교회는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 신부는 “강 주교가 지난 11일 ‘생명·평화를 위한 미사’를 주례한 것에는 중앙정치권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달라는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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