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땅에 복음의 빛이 전해지길 간절히 기도해온 지 50여 년. 통일이 되는 그날, 신의주에 세워질 성당 벽돌을 쌓기 위해 전 재산을 내놓았다.
김숙일(헬레나·89)씨는 12일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인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해, 자신의 전 재산인 아파트 한 채를 평양교구 성당 건립 기금으로 전달했다.
정 추기경은 “북녘교회를 위해 봉헌하신 귀한 정성은, 통일 후 북녘에 복음을 전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씨는 “오늘의 이 기쁜 봉헌 또한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신 길”이라며 “제가 통일이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하느님 곁에 가더라도 통일이 되면 북한 이웃들을 위한 성당을 짓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21살 나이에 신의주성당에서 세례성사를 받았다. 이후 1948년 세 살배기 딸아이를 업고 공산당을 피해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먼저 남하한 남편은 이미 선종한 후였다. 곧바로 발발한 6·25전쟁, 모진 피란생활을 감내하면서도 북녘 땅에도 하느님의 손길이 가 닿길 기도했다. 단 하루도 묵주를 손에서 놓거나 매일미사를 거른 일이 없었다.
김씨는 당시 피란길에 성가소비녀회 수도자들과 맺은 인연으로 평생을 사제들을 위한 제의와 신학생들을 위한 옷을 만들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몸에 밴 절약정신과 성당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시가 5억5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는 마련할 수 있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정성과 기도를 보태 한 푼 한 푼 모은 돈이었다.
김씨는 “평생 하느님의 손만 붙잡고 살며 평양교구를 위해 봉헌할 날을 기다려왔다”며 “마음의 품고 있던 일을 이루어 여한이 없다”고 밝혔다.
평양교구장 대리 황인국 몬시뇰도 “헬레나 할머니의 정성은 앞으로 북녘 땅에 성당을 짓는데 오롯이 잘 전달하겠다”며 “하루빨리 통일이 이루어져 북한 복음화를 이룰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이들과 관심과 정성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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