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으로의 파견을 준비하며 케냐에서 첫 번째 언어연수를 받았습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언어연수를 받았다고 하면 다들 아프리카 말을 배웠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영어’를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케냐에서 ‘영어’만 배운 것은 아닙니다. ‘아프리카’를 배웠습니다. 아니, 배웠다는 말보다 적응을 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와 닿는 부분은 피부색입니다. 처음에는 피부색이 전혀 다른 이 사람들 속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의 피부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생김새가 보입니다. 그들 하나하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다음으로는 느릿느릿한 그들의 생활습관, 케냐에서 지내면서 한동안 속이 펄펄 끓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만큼 느린 사람도 없는데, 여기서는 제가 굉장히 빠르고 급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은 약속시간에 늦는 건 다반사이고, 음식점에 가도 주문한 음식을 받기까지 30분 정도 기다리는 건 기본입니다. 이들의 이러한 생활습관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견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포기한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여유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케냐에서의 연수를 마치고 남수단으로 들어와 두 달을 지내고, 다시 한 번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수는 딩카어 연수입니다. 남수단의 공용어는 영어이지만 국민의 대다수인 딩카 부족이 사용하는 딩카어 역시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나 내전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어른들은 영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직 영어도 부족한 상황에서 또다시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 그것도 영어로 딩카어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아마도 저에게 이 연수는 딩카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함께 배우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열심히만 한다면 몇 배의 성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한데 며칠 접해본 딩카어는 만만한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언어가 다 그렇게 시작 되었겠지만, 딩카어는 문자가 없었습니다. 1900년대 초 선교사들이 들어와 활동하면서 이들의 언어를 습득하였고, 그때부터 선교사들에 의해 문자를 갖게 되고 문법이 정리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말뿐인 언어였던 것이지요. 말뿐인 언어에 문자를 입히고 문법을 세웠으니 그 말이 얼마나 더 어려워졌겠습니까? 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말로 배운 언어를 우리는 외국인이 만든 문자와 문법을 가지고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두 번째 언어연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늘 어렵기 마련인데, 계속해서 접하고 익히다보면 조금 나아지겠지요. 이 연수가 끝나더라도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과정이 또 다른 연수가 되리라고 봅니다. 언어와 문화 그리고 마음까지 알아가는 연수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