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님, 취미가 무엇입니까?”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
“낚시!”
낚시가 내 유일한 취미다. 나는 어려서도 낚시를 했는데 말라리아 때문이었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온몸이 떨리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그것을 참기 위해 낚시를 했다. 부산에 있을 때는 바다낚시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바다낚시 중에 참치낚시가 가장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언제 다시 낚싯대를 손에 잡았는가 하면 주교회의 사무처에서 교황청 문헌을 번역할 때였다.
주일이면 낚시도구를 챙겨 동자동으로 가서 미사를 드린 후 동자동 식구들(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그곳에 있었다)을 데리고 서울에서 수원 쪽으로 여러 저수지를 다녔다. 수녀님들도 바람을 쐬면 좋으니까 봉고차에 탈 수 있는 만큼 태워 가면 자기네들끼리 산에도 가곤 했다.
낚시를 가만히 묵상해보면 바로 내 사제 인생이다. 미끼를 낚시 바늘에 꿰어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고기가 물릴 때를 기다린다. 어떤 때는 그 시간이 짧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좀 길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다가 찌가 흔들리면, 고기가 물렸다는 신호가 오면 재빨리 낚싯대를 끌어올려야 한다. 한 눈을 판다든가 머뭇거리다가는 언제 고기가 미끼만 따먹고 달아났는지 놓치고 만다.
하느님 섭리에 대한 순응도 마찬가지다. 깨어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느님 뜻이라고 생각되면 재빨리 실천에 옮겨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한국순교자 103위 시성을 낚았고, 수원 신학교를 낚았고, 외방선교회를 낚았고, 미리내수도회를 낚았다. 그렇게 크고 작은 많은 것들을 낚았다.
낚시를 할 때는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근심도 걱정도 아무 것도 없다. 걸려드는 고기만 기다린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버린다. 하느님 안배에 맡기고 하느님의 거룩한 뜻만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저 하느님께 의탁하고 하느님 성의가 채워지기만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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