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에서 간경화, 간암에 이르기까지 간질환으로 투병해온 10년은 악몽이자 은총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염경섭(베드로·54·의정부 용현동본당)씨.
그는 현재 간암 투병환자로 절제수술 3번, 항암치료 7번을 마치고 간절한 희망으로 살고 있다. 10여 년의 긴 투병생활은 그를 절박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했다. 지난해 2월, 겨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40만 원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그 돈으로는 치료는 물론 생활도 어렵다.
긴 투병생활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은 부인도 염씨를 버리게 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철저하게 홀로, 외로움과 병마와 싸우며 지냈던 처절한 시간, 그는 아직도 그 시간을 잊지 못한다.
“오히려 제가 하느님께 매달리게 된 계기가 됐어요. 하느님만 붙잡고 살고 있습니다. 죽어도 하느님 앞에서 죽겠다고,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일어나 병원에서 쓰러져 성체를 모시기도 했어요.”
현재는 몸이 좋지 않아 다닐 수 없지만, 암이 많이 진행되기 전까지 그는 해외선교 봉사자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곳에서 자신을 아껴주는 ‘사랑’도 만났다. 혼자 고군분투하는 투병생활로 인해 삶을 포기할 때쯤 ‘물질적 도움은 못 되더라도 함께 하자’고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이었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서로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소중한 하느님의 인연이었다. 조촐한 혼배성사를 시작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내가 데려온 ‘아빠’라고 불러주는 아이와 살고 있는 그는 오히려 행복해보였다. 아이는 경미한 자폐증세를 앓고 있다.
“아내는 제 약값에 얼마라도 보태기 위해 하루 종일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어요. 얼마 되지 않지만 그 돈으로 한 달에 30만 원 되는 방세도 내고 아이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아내에게 너무 미안할 뿐이지요.”
그는 ‘한 아이의 아빠로서 놀이터라도 손잡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복용해야 하는 약값은 한 달에 130만 원. 아내가 번 돈과 정부지원금을 합치더라도 어림도 없는 금액이다. 민들레, 신선초 등 간에 좋다는 민간요법으로 눈을 돌려봐도 답답한 마음뿐이다.
“젊을 때 일 때문에 술을 많이 먹었어요.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정말 모든 것을 잃는 것입니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돈, 명예 모두 중요하지만 건강은 제발 놓치고 살지 말라고 당부 드리고 싶네요. 하느님께 기도하며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도움 주실 분 702-04-107874 우리은행, 703-01-360450 농협,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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