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 프로그램은 지난해 탄자니아 선교 체험 프로그램에 이어 올해로 2년째를 맞고 있다. 8월 29일까지 40여 일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을 중심으로 한국에 머물면서 선교지의 문화를 배우고 소명 의식을 다져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 한국을 배우다
연합회 비서인 크리스티안 테무 신부를 포함한 8명의 독일 수사들은 ‘MIX’ 프로그램의 처음 열흘 동안 왜관수도원 공동체와 함께 생활하며 한국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오전에는 한국 베네딕도회의 역사를 비롯해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등을 배웠다. 또 진지한 모습으로 다도(茶道)를 배우면서 신기해하면서도 “바닥에 앉는 자세가 너무 힘들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또 “한국은 매 끼니마다 음식이 달라져서 놀랍다”면서 “한국 음식이 맵기는 하지만 아주 맛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오후 시간에는 노동을 함께했다. ‘기도하고 일하는(Ora et Labora)’ 베네딕도회의 모습 그대로였다. 또 이들은 수도원 관할인 가실·왜관본당과 순심중고등학교 등도 방문했다.
왜관수도원 공동체의 모습을 보며 이들은 “한국에서는 초기부터 가장 수도승답게 살아감으로써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고 수도승 공동체 자체가 영적 표지가 됨으로써 그것이 하느님을 만나게 해 주는,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게 해 주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교가 되었던 것을 깨닫게 해 준다”고 소감을 밝혔다.
▲ 선교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독일 수사들이 대구시 달성군에 있는 삼가헌(중요민속자료 104호)에서 차를 마시며 전통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 왜관수도원 이규단 수사로부터 목공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독일 수사들.
■ 베네딕도회적 환대
8월 1일부터 닷새 동안 독일 수사들은 청·지원자 공동실습에 동행하며 부산지역 종교 탐방 및 통영, 거제도 문화 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수정 트라피스트수녀원, 양산 성공회 베네딕도수녀원, 부산 올리베따노수녀원, 고성 올리베따노수도원 등을 방문했다. 자신들을 아주 따뜻하게 환대해 주는 모습에서 “베네딕도회의 평화(pax benedictina)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매우 감명 깊었다”고 밝혔다. 푸른 눈의 수도자들에게 한국 베네딕도회의 환대는 그들에게 인정 많은 한국인의 모습을 새겨줬으리라 생각된다.
일행은 또 범어사와 통도사를 방문해 이웃 종교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이들은 “처음 보게 된 불교 사찰을 통해 놀라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교리나 신관에 대해 궁금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다”며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 부산 통도사에서 독일 수사들이 스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범어사 방문 기념으로 기와에 이름과 함께 짧은 소감을 적고 있는 독일 수사들.
■ 눈 먼 이들에게 빛을
선교 사업들을 체험하고 자신들의 소명을 깨닫기 위해 ‘MIX’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8명의 독일 수사들. 이들은 처음 접하는 세상에서 선배들이 이룩해온 선교 사업들에 대해 직접 체험하고, 스스로의 소명에 대해 묵상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사도’라는 안스카리오 성인의 말씀대로, 내적으로 다져진 힘을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데 쓰는 성 오딜리아 연합회의 ‘Lumen Caecis(눈 먼 이들에게 빛을)’ 정신을 실제적으로 체험하는 시간이었으리라. 이들은 이번 프로그램의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중요한 것은 기도하고 일하면서 수도승답게 살아감으로써 나 자신이,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통하여 세상이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고, 결국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다. 독일 형제들은 가장 단순한 이 사실을 특히 왜관 공동체의 역사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