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수유1동 화계사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선교체험 프로그램(Mission Exposure Program, MIX)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베네딕도회 소속 독일인 수사 8명이다. 한국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들은 이들은 이번에 교회를 벗어나 한국의 전통종교를 직접 체험하고자 2박3일 간 화계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
파란 눈의 외국 수사들에게 불교의 수행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앉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의자 없이 바닥에 앉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지만 수도자들은 불평불만 없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이들은 화계사 연수국장 혜오 스님의 안내를 받아 템플스테이 입방 절차를 밟았다. 수도복을 벗고 승복으로 갈아입은 수사들의 눈빛은 기대감과 진지함으로 가득했다.
본격적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체험하기에 앞서 수사들은 화계사 주지 수암 스님과 차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수암 스님은 “다른 문화, 종교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계사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자유와 행복을 찾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수사들에게 천당에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작은 숙제’도 내줬다.
작지만 어려운 과제를 받은 수사들은 진지한 마음으로 참선과 108배, 포행(천천히 걸으며 참선하는 것), 다도 등 불교 수행에 임했다. 절하는 법 등 예절교육도 받았다. 처음으로 정성스레 절을 해보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수사들은 다른 종교, 문화를 체험하면서 구도자로서의 수행 지향점이 같음을 깨닫는다.
크리스티안 테무 신부는 “불교에 대해서는 조금 들었지만 이곳에 와서 구체적으로 배우고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3일간의 기억이 인상 깊이 남을 듯하다”며 템플스테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테무 신부는 또 “베네딕도회 수사도 불교 승려와 같이 영어로 ‘monk’(수도승)라고 한다”며 “우리 모두가 천당 가는 것을 지향하는데 수암 스님께서 말씀하신 방법을 연구해 보고 그 방법을 못 찾으면 스님께 여쭤봐서라도 천당에 가겠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