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식에서 혼례는 신부집 마당이나 아니면 동네에서 가장 넓은 뜰을 이용하는데 보통 음과 양이 균형을 이루는 해 질 무렵에 혼례를 치른다. 옛말에 ‘장가를 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신랑은 신부 집으로 예물을 준비해서 혼례를 치르러 떠난다. 신부에게는 ‘시집을 간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친정에서 혼례를 치르고 3일간의 초례가 지나면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신랑집으로 떠나기 때문에 나오는 말들이다.
혼례식이 끝나면 곧장 신부는 시부모를 만나는데 이 절차는 대부분 안방에 병풍을 치고 하는데 신랑 아버지가 동편에 앉고, 어머니가 서편에 앉는다. 신부가 시부모에게 4번 절하여 시댁과 시댁의 조상에 대한 존경과 충절의 뜻을 표하며 이때 시부모에게 간단한 음식을 올리는데 이를 폐백(幣帛)이라 한다. 이 폐백은 그냥 ‘결혼 했습니다’ 하는 인사가 아니고 며느리로서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의식이며 시부모 입장에서는 정식으로 며느리로 맞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폐백의 순서는 가장 먼저 시부모님께 4번 큰절을 올리고 다음 시조부님, 백숙과 시삼촌, 시고모 순으로 3촌에서 5촌 당숙까지 평절을 1번 올린다. 폐백은 며느리를 받는 의식이기 때문에 시조부모보다 시부모가 먼저 절을 받는다. 그 다음은 같은 항렬인 형제자매, 사촌까지 인사를 하는데 같은 항렬인 시아주버니나 손윗동서는 서로 맞절을 하며 항렬이 높더라도 나이가 같거나 아래면 서로 맞절을 한다.
친정 부모님은 자신의 딸을 며느리로 맞을 수는 없기 때문에 폐백을 드리지 않지만 요즘은 시부모님 폐백 후에 친정 부모님께도 절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친정 부모는 술만 받고 대추와 밤은 그 집안의 조상과 후손에 관계된 의미가 있으므로 던지지 않고 다만 좋은 덕담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날에는 신부집에서 하는 전통혼례보다 웨딩드레스나 턱시도를 입는 서양식 결혼예식이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양식으로 혼인예식을 하여도 혼인미사가 끝나고 나면 신랑신부는 전통혼례복으로 옷을 갈아 입고 폐백실에서 인사를 드리는데 폐백실이 너무 떨어져 있어 혼주가 하객들과 인사를 드리는 것에도 문제가 있어 피로연장으로 쓰이는 식당의 무대에서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폐백을 드리도록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성당에서의 예식비용도 일반 예식장처럼 부담스럽다는 말들을 많이 듣는다. 교적이 있는 본당에서 혼인성사를 올리는 미사를 봉헌할 경우에는 마땅히 공동체의 경사요, 신앙의 자녀들의 축복이므로 혹 다른 성당을 빌려서 혼인을 할때를 제외하고는 교회의 장소사용료를 내는 것보다는 감사예물로 봉헌하는 것이 더 합당한 모습일 듯 싶다.
또한 집안의 위세를 드러내는 듯한 불필요한 화환 대신에 신랑신부의 새 출발을 위한 축하의 의미로 ‘축복미’를 선물하고 예식 후에 이쌀을 그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신랑신부의 이름으로 전달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결혼예식을 잘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의미있는 인생의 새 출발을 할 것인지 신랑신부 서로가 배려하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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