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신앙의 힘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 모습은 있을 수 없었겠죠』
어린 아이에 가장이라는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철공소 노동자로 트럭 운전사로 힘겨운 삶을 살면서도 신앙에 의지, 오랜 꿈이었던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잇는 방대석 수사.
돈보스꼬 청소년 직업전문학교 교사인 방수사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독학으로 통신고등학교를 졸업한 수 인천기능대학을 수석 졸업, 기능장과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자신과 같이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해 삶을 헌신하는 수도자로 살아가고 있다.
순하고 무뎌 보이기만 하는 방 수사지만 지나온 삶은 굽이굽이 곡절도 많다.
전주에서 태어나 부모와 형, 누나, 여동생과 함께 가난하지만 독실한 신앙안에서 자라던 그는 중학교 2학년 열다섯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그 충격으로 3년 뒤 아버지마저 쓰러지는 시련을 연이어 겪었다. 『좌절하고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자주 펼쳐졌었죠. 상처가 아물만 하면 또 터지고 그 상처가 아물면 또 터지면서 말예요』
급작스럽게 가장이 돼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방수사는 직업훈련소에서 1년간 기술을 익히고 철공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공장에서 먹고 자며 아침 8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고된 노동을 하고 받는 한달 수입은 고작 2만5천원. 어려운 환경 때문에 진학을 못했지만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던 방수사는 고된 몸을 이끌고 독학으로 통신 고등학교까지 다니며 열정을 키워갔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쉬는 휴일을 학교가는 날로 삼았지만 그것조차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해 새벽 4시에 일어나 공장 청소를 도맡아 했고 주일미사는 물론 평일에도 꼬박꼬박 미사에 참석하며 힘든 몸과 마음을 신앙에 의지했다.
『나쁜 길로 빠질 위험도 많았죠.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이 들고 젊은 기운에 뭔가 해보고 싶은 충동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지금의 고통은 후에 뭔가 큰 기쁨을 주시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철공소 수입으로는 동생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힘들었던 그는 화물차 운전으로 일터를 바꾸게 됐고 열심히 돈을 모으며 어릴 때부터 키워온 수도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었다. 누구보다 힘겹게 청소년기를 보냈고 또 그 시기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아는 그는 그는 살레시오 수도회에 입회하게 된다.
그러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잠시 밝은 빛을 보였던 그에게 시련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간염으로 수도자의 길을 포기해야 했던 것.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와 형을 연이어 잃는 아픔을 또다시 겪게 된다.
그러나 그의 오랜 기다림의 결과인 성소의 길은 2년간의 바깥 생활 속에서 더욱 간절해졌고 결국 재 입회한 추 철공소 시절 익힌 기술을 대학에서 이론으로 공부, 기능장 자격증을 따며 본격적으로 청소년 사목에 투신하게 된다.
돈보스꼬 청소년 센터에서 기계재료, 공작, 캐드 등을 가르치고 있는 방수사의 별명은 「쌀집 아저씨」다.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에 살아온 삶이 그대로 「교과서」인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단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나중에 다른 어떤 힘든 일이 닥쳐도 버티고 헤쳐나갈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니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라고.
『시련이 닥칠 때마다 내 고통이 예수님만큼 할까 라고 생각하며 견딜 수 있었죠. 돌아보면 모든 것들이 수도자의 길을 걷도록 이끈 그분의 섭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라는 방수사는 『앞으로도 보다 가난한 젊은이들, 소외되고 버림받은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에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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