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과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김홍진 신부)가 사순절을 맞아 장기기증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는 말씀에 따라 타인을 위해 조건 없이 자신의 생명을 봉헌하는 장기기증 운동에 많은 신자들의 동참을 기다리며 장기기증자들을 만나 보았다.
『골수를 적출할 때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너와 나라는 구분 없이 한 성체를 받아 모시는 주님의 자녀들과 온전히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은총에 감사합니다』
지난 7일 강남성모병원에서 골수를 기증한 박은경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꼬수녀회)는 장기기증을 통해 이번 사순절에 더할 수 없는 은총을 받았다고 조용히 얘기했다.
3년 전 골수기증을 서약한 박수녀는 지난해 12월 병원으로부터 기증에 필요한 검사를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물론 이미 결심한 일이기는 했지만 평소에도 겁이 많은 편이라는 그는 두려운 마음이 들고 잠시 주춤거렸다. 골수기증이 가능한 나이인 45세를 꽉 채웠고 건강상태도 자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결과는 좋게 나왔고 드디어 생명을 나누는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시술할 때 약간의 통증은 있고 하루 이틀 정도 몸을 움직이기가 불편하기는 했죠. 하지만 흔히 상상하는 것만큼 못견디게 고통스러운 정도는 아니었어요.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대명제 앞에서 잠깐의 불편함과 수고로움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박수녀는 골수 기증을 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평화와 고요, 기쁨을 맛보았다고 말했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작은 실천을 행하면서 모든 이를 살리기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묵상할 수 있었다고 그는 밝힌다.
『골수기증을 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내 것을 나누어준다는 의식은 전혀 없었어요. 모두 하느님의 한 지체인 거죠. 제 인생이 다른 이의 나눔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고 다른 수녀님들의 기도가 저를 통해 다른 생명에게로 전해지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장기기증을 주위 사람들에게 꾸준히 권유해 오던 정동희(요셉·수원교구 경기도 오산시 갈곶동본당)씨 또한 며칠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와 시신기증 서약서를 봉헌했다. 군복무 시절 부상으로 오른쪽 무플 인대가 끊어진 불편한 상태여서 늘 병자들의 고통을 느끼고 묵상할 수 있었다는 정씨는 가족들에게도 장기기증을 권유해 큰딸 데레사(중2)가 아빠와 함께 장기기증 서약서를 봉헌하기도.
『내 몸이 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막상 장기기증 신청을 마치고 나니 새 삶을 거저 얻은 것 같은 기분이네요. 더군다나 딸 데레사가 아빠의 마음을 알고 따라주니 대견하기 그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장기기증을 등록한 사람은 1만3천여명. 98년 이후 뇌사자 장기이식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매년 장기기증자가 1천여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총 2759명이 장기기증을 한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10년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등록된 숫자 또한 22만명 정도에 이르며 사회적으로도 매년 등록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문의=(02)727-2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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