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가면 이런 분야, 저런 분야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저도 뭔가 봉사를 해야겠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미용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걸로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용사 지연호(레오·49·상록수본당)씨에게 휴일이란 바로 어르신을 만나는 날이다. 누구나 원하는 쉬는 날이지만 지씨는 “쉬면 달리 할 일이 없지 않느냐”며 미용실의 정기휴일인 화요일마다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미용봉사에 나선다. 지씨의 미용봉사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노인들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우실텐데도 고맙다며 오실 때마다 막대사탕을 손에 쥐어주시는 분도 계시고, 텃밭에서 키운 채소 가져오시는 분도 계시고, 봉사하려하는데 오히려 이렇게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지씨가 무료미용봉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상록수본당 어르신을 대상으로 봉사하던 것을 본오동본당, 양로원 등 봉사를 위해 찾는 장소를 늘려가고 있다. 이렇게 4년 동안 꾸준하게 봉사를 해오다보니 아는 사람도 늘어나 성당에 가면 모르는 사람이 ‘어! 미용사!’하며 반갑게 인사해오는 일도 잦아졌다. 아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기쁨이지만 지씨에겐 헤어짐의 안타까움 또한 크게 다가왔다.
“미용봉사를 해오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어요. 새로 오시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가시기도 하죠. 그런데 그러다보면 안타까운 일도 있어요. 한 번은 연도가 났다고 해서 어느 분이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고 나갔는데, 가서 영정을 보니 얼마 전에 제가 파마해드린 분이 계시는 거예요.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을 향한 지씨의 가위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봉사하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보다 좀 더 힘드신 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것, 거기서 즐거워하시고 기뻐하시는 그런 얼굴들 모습들을 보면 그 이상의 행복한 일이 없더라고요. 제 능력이 닿는 한 미용봉사는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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