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자연 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 천연 자원 남용, 경제적 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이 만연한 가운데 이로 인해 야기되는 자연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인간의 무관심과 이기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는 거꾸로 인간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일각에서는 이번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발생한 수해마저 자연재해를 넘어선 인재(人災)라고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각계각층에서 개발지상주의에 대한 각성과 환경 살리기 관련 조직을 만들거나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교회 내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제적 이익만을 좇아 자연 생태계를 위협하는 난개발을 재고하라고 호소해왔다.
이는 199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2010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두 교황의 담화 사이에 20년의 차가 나지만 정작 그 내용은 우리에게 주님께서 주신 피조물을 보호하고 보살필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경제적 이익이라는 명목 하에 책임을 망각하고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담화에서 “환경 파괴는 흔히 장기적인 정책들의 결여나 근시안적인 경제 이익 추구에서 기인하고, 결국 이는 피조물에 비극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방조제 착공 20주년을 맞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비롯해 최근 화두로 떠오른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4대강 사업 등의 개발사업과 관련, 자연 생태계 훼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특히 한반도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는 자연 생태계를 위협하는 난개발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살펴보고, 인간 생명과 직결돼 있는 자연 생태계의 파괴와 혼란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 새만금 간척사업
새만금 개발 사업은 군산~부안을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33km)를 만들어 간척토지와 호소(육지의 와지(窪地)에 생긴 정지수역(靜止水域)) 등을 조성하고 경제, 산업, 관광을 아우르는 경제 중심지를 이룬다는 취지 아래 마련된 국책사업이다. 1989년 11월 새만금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후 1991년 방조제 사업이 착공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고, 이후 잠시 중단됐던 공사는 새만금 갯벌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생명들의 생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돼 2010년 방조제 준공에 이르렀다. 아울러 올해 3월에는 새만금종합개발사업(Master Plan)이 확정됐다.
또한 농지조성 중심의 당초 계획과 달리 비농업용지 조성비율이 늘어나면서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조해붕 신부)와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박동호 신부)가 새만금 간척사업 착공 20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내놓은 성명서와 함께 발표한 ‘새만금 관련 자료’에 따르면 1991년 초기 및 2001년 사업 구상안에서는 농업식량생산기지(100% 농업 및 담수호 중심)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2007년 구상안에서는 농업용지 70% 비농업용지 30%, 2008년 10월에는 다기능 융복합기지 조성으로 비농업용지 70% 농업용지 30%로 조성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두 위원회는 성명서에서도 “새만금의 간척사업과 종합개발계획을 보며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의 논리였던 농지조성을 통한 식량안보 논리는 줄어들고, 오히려 복합도시용지, 산업용지, 과학용지, 신재생에너지용지, 관광레저 용지 등 경제적 이윤창출을 제일 가치로 여기는 자본과 토건 개발 사업이 중심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새만금 방조제 연결 이후 해수 유통이 제한되며 생겨나는 생태계 파괴에 대해서도 “새만금 담수호는 지난 2006년 5월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이후 인공생태계로 변화되고 있어 수질 역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또한 지난 2006년 최종 물막이 공사 이후 백합, 동죽, 맛조개의 집단패사가 반복되고 있고, 2009년에는 담수호 새조개가 집단 폐사했으며, 이미 대추귀고동과 바다민달팽이, 장뚱어 등은 절멸된 것으로 파악됐고, 2011년 초에는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인 상괭이가 238마리나 집단 폐사했으며, 간척사업으로 인한 갯벌의 축소로 도요새물떼새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이동성 조류의 도래종과 개체수가 2006년 이후 70% 이상 줄었다는 조사결과도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생태계 개체들이 생존에 문제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2003년 당시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 상임공동대표였던 문규현 신부(전주교구)와 수경 스님이 새만금 갯벌 살리기를 촉구하며 3보1배(三步一拜) 기도 수행에 나섰던 모습. 두 성직자는 3월 28일 새만금 해창 갯벌을 출발, 한달 반 동안 부안에서 서울까지 305km를 걸었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사업 논란은 이미 제주도를 넘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예로부터 물이 많아 마을 이름에 물강(江) 물정(汀)자를 딴 강정마을. 강정마을 동쪽에 위치한 강정천은 제주도 식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서귀포 일대의 생명의 젖줄이라고도 일컫는다. 아울러 마을 곳곳에는 예로부터 산모가 젖이 잘 안 나올 때 마셨던 생명수인 할망물 ‘용천수’가 솟아난다. 게다가 해군기지 건설부지는 연산호 군락지로 뛰어난 생태 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또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그곳에 바다를 메우고 해군기지를 세우려 하고 있다. 이는 일부의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천혜의 자연을 포기하는 꼴이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역시 최근 ‘제주 해군기지 반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양심’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정부는 제주가 유네스코에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 자연유산,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록돼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자랑하면서, 또 세계 자연보전 총회를 내년에 유치한다는 의지를 내세우면서도,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 보존된 강정 앞바다의 해저를 준설하고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아 수십 척 군함이 정박하는 군항을 만들려는 이율배반적인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지금 이대로 공사가 강행된다면 강정마을 일대 자연 생태계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더 이상 생태계 구성원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감돈다.
■ 4대강 사업
4대강 사업 문제는 이미 국민적인 현안이라고 불릴 정도다. 정부는 현재 4대강에 설치 계획된 보는 가동보로 수질오염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력으로 수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가동보는 수질 악화를 막을 수 있고, 홍수 시에는 그 수문을 개방해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질이 악화되는 시기는 주로 비가 오지 않는 겨울~봄 갈수기로, 수질악화를 방지하려 갈수기에 수문을 개방하고 물을 방류하다면 물을 저장하는 보의 설치목적과는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온당한 설치 목적 없이 보를 건설하고자 강바닥을 준설하고 인공적인 블록을 쌓게 되면 수심, 유속, 수질, 주변환경 등을 변화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한 생태계 혼란과 파괴 역시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일터이자 삶의 터전인 농지를 빼앗긴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사업과정에서 사업부지 일대 농지는 파헤쳐져 물에 잠기거나 자전거 도로, 산책로 등으로 바뀌게 된다. 개발지상주의와 편의주의, 물질주의가 생명의 근원인 농지마저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한 번 망가진 자연 생태계를 원상태로 회복하기까지는 망가뜨린 시간에 수십, 수백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망가진 것을 다시 돌리기 위해 시간을 쓰기보다 그 상태 그대로 두는 것이 더 효율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