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행 감사하다’는 말과는 달리 참담했던 두 남자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면서 걱정되는 마음에 ‘아들이 원래 아무런 계획을 안 짰느냐?’고 물었습니다.
“계획이요? 물놀이, 등산이 있었는데 그냥 잠깐이었어요. 남는 시간은 멍하니 있는 거예요. 사실 마음으로는 너무 화가 났지만 ‘화 내지 말자, 그리고 참자!’라는 말만 수백 번씩 되새겼어요. 그러다 나흘이 지나 아무 일 없는 듯 여행은 끝났지요. 은총은 마지막에 터지더군요.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복잡한 마음 때문에 그냥 잠이 들고 말았어요. 그러다 얼마쯤 잤을까! 화들짝 깨어 눈을 떴더니, 아들이 차창 밖을 보면서 울고 있는 거예요.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미안하다’며 천천히, 지난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사실 ‘학교에 왕따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몇 번 도와 준 적이 있고,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자신도 왕따가 되더라’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어 아빠에게 묻고 싶었지만 왠지 아빠는 왕따 친구를 친구로 삼은 것 자체를 야단칠 것이라 생각이 들더래요. 그 후로 학교도 싫고, 공부도 싫었던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그런 마음도 모르고 공부 안 한다 야단만 친 내가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닦아 주고, 등을 두들겨 주었어요. 그랬더니, 아들 녀석, 내 품에서 한참을 우는 거예요. 어찌나 마음이 찢어지고 아픈지 그만 같이 울고 말았어요. 달리는 기차 안에서 부자가 서럽게 엉엉 울었어요.”
“와우, 최고의 순간이었겠어요!”
“정말 그랬어요.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아들이 이번 여행 계획, 잘 짜고 싶었지만 혹시나 아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괜히 싫더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여행 동안 한 번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대요. 사실 아들 녀석은 3박4일 동안 제 행동 하나, 하나를 유심히 지켜 본 거예요. 그런데 야단을 치거나 명령을 내리지 않는 아빠를 보면서, 왠지 아빠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는 거예요. 그런 자신이 더 화가 나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있었던 거래요. 녀석, 하하하!”
이 땅의 아빠들! 요즈음 다 컸다 말하는 아들과 대화가 안 되어 힘들 때가 많으시죠? 하지만 아들 역시, 대화 안 되는 아빠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답니다. 이럴때 남자답게 마음 든든히 잡고, 진득한 끈기를 가지고 아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속으로 울화통 터지고, 답답하지만, 아들 말에 화 내지 않고 끝까지 들어 주세요. 그러면 아빠들이 보여주는 남자다운 인내심으로 인해 부자지간에 끈끈한 신뢰가 생기게 됩니다. 아빠들, 아들과 함께 멋진 도전, 한 번 해 보시지 않겠어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