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필요하시답니다.”(마태 21, 3)
이 말씀에 오롯이 엎드렸다. 신학교 문을 들어선 지 10여년 만에 제대 위에 섰다. “어떻게 하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1코린 7,32)만을 되새기며,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라는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한순간처럼 스쳐갔다. 성체와 성혈을 들어 올리는 손은 떨려오고, 눈물이 자꾸 앞을 가렸지만, 하느님을 찬미하는 이 시간의 감격을 나누는 데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21일 새 사제가 탄생된 17개 본당(호평·광북·안중·월피동·매교동·평촌·벌말·분당성마태오·오전동·서정동·세류동·원삼·영통성령·금정·원천동·분당성요한·안성)에서는 일제히 새 사제들(최종관·이상권·이상훈·배성진·백정현·전홍·심재관·나형성·박희훈·정재훈·권오진·김경환·황재원·윤성민·심용일·김정념·윤병진)이 주례하는 첫 미사가 봉헌됐다.
각 미사에는 본당 출신 사제들을 비롯한 교구 사제들과 새 신부의 가족들, 본당 공동체 전 신자들이 참례해 축하와 기도의 마음을 봉헌했다.
신자들은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0)라는 말씀을 절감하며 새 사제를 맞이하는 기쁨을 나눴다. 미사 후에는 각 본당마다 축하의 인사와 노래가 넘쳐나는 축하식과 잔치를 펼쳤다. 이에 앞서 새 사제를 위한 100일 기도 등 본당 공동체가 하나 되어 봉헌한 영적예물도 전달했다.
새 사제들은 신자들의 간절한 기도와 아낌없는 후원에 감사하며 큰 절을 올렸다. 기쁨 가운데서도 각자의 부모님을 소개할 때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라는 말씀을 다시금 밝히며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 하리라.”(시편 89,2)는 다짐으로 응답할 뿐이었다.
선배 사제들은 새 사제들에게 “신자들의 목소리가 하느님의 뜻임을 알고, 하느님과의 소통뿐 아니라 신자들과의 소통도 잘하는 사제가 되길 바란다”고, “예수님을 닮은 겸손한 사제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신자들을 향해서는 “사제는 여러분들의 기도를 먹고 사는 존재”라며 한결같은 기도를 청했다. 새 사제를 위한 축하 강론을 하기 10년을 기다려왔다는 선배 사제들은 이제 막 출항하는 배에 올라탄 새 신부들이 온갖 풍랑을 이겨내고 귀항선에 올라 마지막 날에 환호 받는 사제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멋있고 감동적인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앞으로 사제로서의 삶으로 답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많이 부족하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주시면, 주님과 순교성인들의 삶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전한 새 사제들은 하느님 앞에 엎드린 첫 마음으로, 첫 미사의 감동을 디딤돌로 성실히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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