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들길을 걷다가 쪼그리고 앉아 길섶에 피어있는 작은 우리꽃을 찍는다. 그럴 때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꽃을 찾아내느냐고.
“관심을 가지면 보입니다”라고 항상 대답한다.
키가 큰 여름 꽃들과는 달리 봄에 피는 꽃들은 작고 키도 크지 않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몸을 낮추어 눈높이를 맞춰야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겸손해져야 꽃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꽃에 미친 남자’라는 말도 들어가며 우리 들뫼꽃을 찾아 다닌지 8년째. 이제는 굳이 꽃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꽃들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본당에서 각종 행사를 촬영한지 6년째 그리고 명예기자로 나선지도 4년째이다. 처음에는 각 미사전례서를 열심히 읽었고 미리 현장에 도착하여 분위기도 살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름 전문가인양 행세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진기를 들고 행사장엘 가면 그저 습관적으로 찍고 있을 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지 못한다. 때론 답답함도 느낀다.
지난 7월 24일자에 실린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아주대병원서 세례받아’란 기사를 보면 ‘보례’라는 용어가 나온다. 보례란 대세로 받은 세례성사의 다른 부분을 보충해 받는 예식임을 처음으로 그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의 지식이, 나의 믿음이 얼마나 미천한지를. 그리고 내가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내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언제쯤 보이게 될까. 언제쯤 자유로워질까. 처음 그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오늘 책장에서 먼지 쌓인 책을 꺼내 첫 장을 다시 연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