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은 그 종교의 모든 핵심적인 교의를 포함하고 있는 거룩한 책이다. 따라서 신앙의 시작은 경전의 가르침을 알고 받아들이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이며 교회의 가르침이 담겨 있는 성서이다. 마찬가지로 공자의 언행과 사상을 담고 있는 「논어」는 유교의 근본 사상을 담고 있다.
월간성서 잡지 「성서와 함께」에 연재되고 있는 「성서 옆에 논어 놓고」는 그리스도교와 유교의 경전이라 할 수 있는 성서와 논어를 함께 펼쳐보고, 놀랄 만큼 유사한 표현을 발견해 소개하는 글이다.
최기섭 신부(가톨릭대 교수·동양철학)와 김형기 박사(성균관대 강사·유학)가 번갈아 쓰고 있는 이 연재물은 서로 다른 종교의 경전을 읽는데 있어서 교리상의 차이를 발견하기 보다는 조화를 이루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통의 분모를 찾으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성서 옆에…」가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 지난 1999년 1월부터였으니 벌써 2년이 넘어섰다. 하지만 두 사람이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어가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앞선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신부는 성균관대 대학원을 거쳐 대만 보인대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했고 최신부와 함께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한 김씨는 오랫동안 성서와 함께 돈독한 신앙을 다져온 개신교 신자이다.
지금까지 두 사람이 소개한 내용은 모두 30여편, 그 중에는 가르침의 내용 뿐만 아니라 표현과 장면에서조차 상당한 유사성을 갖는 구절들이 있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사랑으로 요약된다면 공자는 「인(仁)」을 최고의 가치로 꼽는다. 성서는 그 구제적인 실천의 율법으로 산상수훈에서 『사람들이 여러분을 위해 해주기 바라는 것을 그대로 그들에게 해주라』고 가르친다.
공자는 자공(子貢)에게 평생의 가르침으로 『네가 하고자 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 <위령공> 제23절)』고 했다.
물론 그리스도교와 유교, 또는 성서와 논어의 가르침은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을 갖고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두 종교, 또는 종교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공통의 가치를 함께 모색하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지혜의 한 가지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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