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대판관인 단 지파 출신인 삼손에 대한 서술은 성서 전체에서 아주 독특하다. 이는 일인 군대로서 근처의 블레셋인들을 항구히 격퇴했던 초인간적 모습을 보여 준 강한 영웅에 대한 민담이며, 종교적인 차원을 띠고 있다.
이스라엘과 블레셋족
삼손 이야기는 기원전 12~11세기 이스라엘과 블레셋과의 관계를 상당히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변방 경계선을 따라 이웃하여 거주했으며 서로의 영토를 통해 자유로이 접근 할 수 있었다. 블레셋인들은 에게해에서 지중해 동부 연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해양민족」가운데 하나이다. 기원전 1200년 직후 그들은 육로와 해로로 가나안에 들어와 연안 평야에 상륙하여 거점을 마련하였다. 기원전 11세기말에는 이스라엘이 고원지대로 가는 도로를 장악할 만큼 강해져 이스라엘의 동맹체를 해체시킬 만큼 위협적인 존재였다. 두 민족 간의 교역관계는 때로는 호의적이었고 때로는 매우 적대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해 대판관 삼손을 세우셨다.
삼손의 출생(13, 1~25)
예루살렘 근처 소라지방에 사는 마노아는 단 지파 출신으로 신앙심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내는 돌 계집으로 아이를 낳지 못했는데 야훼의 천사가 나타나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리라고 약속했다. 『그 아이는 모태에서부터 이미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이다』(4~5절)라고 천사가 여인에게 말하면서 그 아이는 이스라엘을 블레셋으로부터 건져낼 것을 알려 주었다.
나지르인이란 일정 기간 또는 일생동안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으로 소박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했고 세 가지 서약을 했다. 첫째, 포도로 만든 음식을 멀리 하고(민수 6, 3 이하), 둘째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으며(출애 20, 25. 열왕상 6, 7. 민수 6,18), 셋째 시체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 나지르인은 자의로 나지르인이 된 자와 부모의 뜻으로 나지르인이 된 자의 두 부류가 있었다. 그러나 삼손은 그가 호색적인 생활을 한 점으로 미루어 나지르 서원 중 머리를 깎지 않는 규칙만 지킨 것 같다. 그의 부모들은 약속 받은 아들이 태어나자 그 이름을 삼손(작은 태양의 뜻)이라고 불렀다(13, 24~25).
이들은 특별한 방법으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사람들의 선행자라고 할 수 있는데 성서에서 이사악, 사무엘, 세례자 요한 그리고 예수님에게서 볼 수 있는 모태에서부터 하느님의 축복과 소명을 받은 하느님의 사람이었다.
삼손의 결혼과 수수께끼(14, 1~20)
삼손은 담나에 있는 블레셋 처녀와 결혼하기 위해서 그곳으로 내려 가다가 삼손은 사자를 만나 찢어 죽였다(14, 6). 이때 처음으로 하느님의 영을 입은 엄청난 장사가 되었다. 이 체험에 대해 7일 동안 열린 결혼 잔치에서 30명의 블레셋 젊은이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면서 내기를 했다(14, 1~14). 블레셋인들이 사흘이 지나도 그것을 풀지 못하자 삼손의 아내를 협박해서 답을 알아낸다(14, 15~18). 이에 대해 삼손은 블레셋인들에게 복수한다(14, 19~15, 8). 그의 공적으로 인해 두 장소에 이름이 붙게되었는데 「턱뼈 언덕」과 「하느님께 부르짖어서 솟은 샘」이 그것이다(15, 9~20). 그는 블레셋 창녀와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가자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 하자 그는 가자의 대문을 뽑아 사십 마일 밖으로 내다 버렸다(16, 1~3). 초인간적 능력을 가진 삼손은 당시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던 블레셋인들을 궁지로 몰아넣지만 소렉 골짜기에 사는 창녀 들릴라의 꾐에 빠져 서원을 깨게 되었고 초인적 능력을 잃어 머리카락과 힘, 그리고 눈과 자유를 잃게 되었다(16, 4~22).
그러나 잘리운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그는 다곤의 성전을 무너뜨려 그 이전보다 훨씬 많은 블레셋인들을 한번에 죽였다(16, 23~31).
삼손의 비극적인 종말을 다룬 이 이야기는 야훼의 영을 받은 자가 위기에 처할 때 야훼의 인도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욕망에 사로잡힘으로써 하느님의 영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야훼의 영이 그에게서 떠나게 되고 마침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삼손은 판관이었다고 하지만 다른 판관들과는 달리 군사적인 지도자로 등장한 일이 전혀 없고 예언자도 아니고 다른 판관들처럼 사람들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관이라고 하는 것은 삼손 이후에 이스라엘을 블레셋인들로 부터 해방시키는 사무엘, 사울 및 다윗의 선구자 역할을 했기 때무이다.
여기서 나약한 본성을 지닌 인간들은 자기 신관이 확고하지 않을 때 하느님을 버리고 유혹하는 대상과 소란스러운 주변을 따라 이리 저리 몰리면서 자기 삶을 소진하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나의 신관은 확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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