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지내고 나니 이젠 기쁨 밖에는 남는게 없어요』
살아서 쉬는 「숨」에 대해 하느님께 의탁한 지 오래된 이. 성당에서, 꽃동네에서 작은예수회에서 바쁘기로(?) 소문난 기현옥(세실리아·57·서울 화곡본동본당)씨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성당에서 주보를 나눠주며 여기저기 후원회원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신장을 떼어낸 이후 피로가 쉽게 오고 감기가 자주 찾아들어 지치기도 하지만 참을만하다. 병마와 싸울 때 늘 자신의 손을 들어준 「하느님」위해서라면 기꺼이 견디어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신장을 떼어낸 수술, 세 번이나 닥친 교통사고, 이름도 모를 암과의 투병…. 지난 10년간 병마와 싸웠던 시간들이 끔찍하지만 그 안에서 더 튼튼한 신앙을 키워냈다고 한다.
부자집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넉넉하게 살던 어느날, 기사를 대동하지 않고 버스를 타다가 겪은 사고가 그가 겪은 불행의 신호탄이었다. 이 때 기씨는 버스에 옷자락이 끼인채 엄청난 거리를 끌려갔고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의식을 잃었었다. 대수술을 했었고 몸이 다 낫기도 전에 또 교통사고를 겪었다. 사고의 후유증이 가라앉을 무렵 이름도 모르는 암에 걸려 암덩어리를 들어내는 수술을 해야했고 지병으로 앓던 신장도 한쪽을 떼어내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사고는 연이어 터졌고 승승장구하던 남편의 사업마저 주저앉게 됐다. 가세는 기울기 시작했고 몸은 상할 대로 상했지만 그가 의지하며 미덩온 신앙 덕분에 기적처럼 회복이 됐고 남편의 사업도 조금씩 일어설 수 있었다.
『죽을뻔 했는데 이렇게 살려주셨으니 열심히 살아아죠.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기현옥씨가 본당이며 꽃동네, 작은예수회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지난 10년간 그를 지켜준 하느님에 대한 보속의 마음에서다.
하느님을 위해 보내는 하루 스물 네시간, 일주일의 시간은 늘 후딱 지나간단다. 꽃동네 후원회장, 작은 예수회 후원회장, 화곡본동본당 푸른군대 단장 등 기씨가 달고있는 감투를 소화해 내려면 24시간이 부족하기만 하다. 17년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꽃동네와 10여년이 넘게 돕고 있는 작은예수회에서 기씨는 당연 일등공신이다. 모든 사람들이 꽃동네, 작은예수회 후원회원으로 보인다는 기씨는 산동네는 물론 개신교, 불교신자들까지 찾아가 후원회원을 만들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종교는 벽이 아니며 나눌 수 있는 마음은 물질적인 가난이 아니라는 생각에 산동네까지 다리품을 파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덕분에 지난해에는 작은예수회에서 커다란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본당에서도 그의 열심한 신앙생활은 주임신부가 인정할 정도다. 15년간 레지오활동을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고 그가 불려놓은 푸른군대 단원은 손으로 헤아리기가 힘들만큼 많이 늘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이찬일 신부는 늘 기씨에게 배려의 말과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주임신부 큰 사랑에 더 열심히 노력한다는 기씨는 그가 하는 모든 일들이 신자된 도리로서 당연한 일일뿐이라며 겸손을 아끼지 않는다. 이뿐이 아니다. 장애인 공동체를 찾아 미사를 드리는 일, 환자 봉성체를 다니며 기도하는 것 등 일주일이 빠듯하고 힘겹지만 언제나 기쁘기만 하다.
6개월 철야기도를 가다가 또 교통사고를 겪었던 이씨. 절뚝거리는 불편함이 있지만 감내할 수 있는 것이기에 병원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하느님께서 붙들어주신 목숨이기에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친 엄마를 위로해주는 아들, 남을 돕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아내를 이해해주는 남편 그리고 그의 명을 오늘까지 이어주는 하느님이 언제나 감사하고 새롭기만 하다.
땅에서의 행복이 아니라 하늘에서의 영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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