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베네딕도수도회가 그러하듯 부산 성 베네딕도수녀회의 영성과 생활양식 또한 베네딕도 성인의 「규칙서」에 기초하고 있다. 베네딕도회의 대표적인 모토 가운데 하나인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따라서 부산 성 베네딕도수녀회에도 여전히 통용된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 부산 성 베네딕도수녀회는 「하느님은 모든 일에 영광받으로서」라는 말을 주된 모토로 삼는다. 이 말 역시 베네딕도 성인의 규칙서에 나오는 말이다. 전정숙 총원장 수녀는 『공동체로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수도회는 하느님을 섬기는 학원」(규칙서 머릿말)임을 늘 상기시킨다. 따라서 항상 배움과 실천이 요구되며, 공동체적 삶에서 서로간에 존경과 인내, 도움과 신뢰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 성 베네딕도수녀회원들은 하느님의 뜻만을 찾겠다는 순명과 독신생활, 청빈과 정결, 단순과 소박함으로 드러나는 수도적 삶을 위해 서원때 3가지 서약을 한다. 일반적으로 수도자들이 청빈과 정결, 순명을 서약하는데 비해 이들은 공동체 안에 항구히 머물겠다는 「정주(定住)를 약속하고 「순명」과 「수도자답게 살기」를 서약한다. 아울러 베네딕도회 규칙을 통해 교회안에 전수된 오랜 수도 교부들의 지혜와 전통을 따라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그리고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데 전념한다.
이러한 지향은 곧 『십자가의 무력함에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구현하라』는 권고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영성생활의 핵심인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를 통해 전 교회가 바치는 성대한 기도에 정성껏 참여한다. 부산 성 베네딕도수녀회의 독특한 영성(신심)은 성체조배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으로 요약된다. 수녀회에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모든 수녀들이 성체조배에 참여한다. 본원은 물론이고 지원(支院)의 모든 수녀들에게도 매일 30분간의 성체조배는 의무다.
성모신심은 올리베따노 수족 수도회의 공통된 특징. 본원에서는 낮기도 전에 공동으로 묵주의 기도를 바친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매일 묵주의 기도를 바치도록 권고한다. 또 매주 토요일 아침에는 성모신심미사를 봉헌한다.
베네딕도회의 사도직은 어느 특정한 활동을 목표로 삼지 않고 우선 수도생활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이 선포되도록 노력하며, 교회와 함께 느끼고 생활하면서 능력의 한도내에서 교회의 필요한 사업과 사명을 수행하도록 개방되어 있다(회헌 32조 참조). 베네딕도회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것은 또한 베네딕도회가 그처럼 오랜 세월동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 시대와 상황이 요구하는 일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그만큼 운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부산 성 베네딕도수녀회 역시 선교지역인 한국 실정에 맞제 의료, 교육, 선교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 12개 교구의 49개 본당에 파견돼 있으며, 해외교포 및 선교사목이 일환으로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중국, 이태리 등 해외 7개국에 파견되어 봉사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본원의 성 분도 어버이집을 비롯해 양로원, 복지관, 여성회관, 어린이 집 등을 운영하며, 도시빈민, 장애인복지로는 최근에 위탁받은 울산장애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해 경기도 광주군에 성분도복지관을 1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성라자로마을에서의 나환우 돌보기는 벌써 20년을 헤아린다.
의료봉사로는 부산 성분도병원, 청주성모병원, 성분도치과, 부산대학병원 원목활동을 하고 있으며 본원과 함께 있는 성분도유치원 운영, 고등학교와 대학에서의 강의, 피정의 집 운영 등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88년 8월 『성분도병원을 부산교구에 조건없이 헌정한다』는 전격적인 교구헌납 결정은 당시 교회 안팎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며 수녀회의 단순하면서도 열린 마음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었다. 뿐만 아니라 공동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찬미하는 수도회의 특성일 이웃과 나누기 위해 본원에서는 대림밤, 십자가의 길 등 전례시기에 맞는 예절을 신자들에게 개방하며, 베네딕도회의 묵상법인 「거룩한 독서」의 생활화를 위해 매주 1회 신자들과 함께 「향기나는 길」기도모임을 갖고 있다. 부산 성 베네딕도수녀회는 특히 1년여의 시행기간을 거쳐 지난 99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지구장제도를 도입해 현대에 적합한 수도생활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 이 제도는 회원증가로 인한 통교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공동체적 삶을 통해 수도소명을 실현하는」수도회의 목적을 더욱 효과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 다른 국내 대규모 수도단체에서 이 제도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 성 베네딕도수녀회는 오는 9월 13~14일 한국진출 70주년, 자립수도회 인가 2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를 갖는다. 수녀회측은 이때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표징의 하나로 그동안 수녀회에 입회했다가 떠난 이들을 초대해 하느님의 은총을 확인하며 하나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모든 일과 사건들 속에서 항상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려는 부산 성 베네딕도수녀회원들. 기도하며 일하는 조화 가운데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를 이웃과 함께 나누려는 이들의 찬미와 기도는 새벽부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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