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표정 - 상해한인본당 김광우 지도신부(한국 외방선교회)
지금으로부터 2년전(1999년)에 중국 북경에서 1년 정도 중국말 공부를 하다가 본회인 한국외방선교회의 파견 명령을 받아 이곳 상해에 1년전(2000년 2월)에 도착해 한편으로는 중국말 공부를 계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상해 한국인 공동체 교우들의 영신적 사정을 돌보고 있다.
현재 이곳 상해 공동체에서는 약 200명의 신자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외국인을 위한 국제성당(君王堂)에 모여,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중국인 신부 주례로 저와 함께 공동 집전으로 영어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상해교구에서는 공식적으로 저희들에게 1년에 4차례(부활절, 김대건 성인 대축일, 성모승천대축일, 성탄절) 한국어로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으며, 비공식적으로 상해 교구장 진루씨엔(金魯賢) 主敎의 허락하에 몇 차례의 미사, 예를 들어 1월 1일, 구정 미사, 그리고 추석 합동 위령미사 등을 거행하고 있다.
금가항 성당과 관련하여 그동안 이곳 상해 공동체에서 이루어져왔던 일들을 회고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이곳 상해에 와서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과 여러 차례 금가항 성당을 방문하였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7월 9일(일요일) 김대건 성인 대축일에 대구대교구 김영환(베네딕도) 몬시뇰을 모시고 세례와 견진성사를 포함하여 미사를 봉헌하였다. 그때 저를 비롯한 상해 공동체 교우들은 금가항성당의 보존 상태가 심각함을 느끼게 되어, 교우들과 상의하에 금가항성당의 보존문제에 대해 앞으로 한국교회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김몬시뇰을 통해 한국교회에 전달하였다.
그리고 10월에 상해 교구의 주교를 만나 금가항성당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노력하였으며, 17일부터 20일가지 하얼빈 해북진성당 축성식에 참석하여 그곳에서 가톨릭신문의 장병일 기자를 만나 금가항성당의 당시 상황에 대해 다시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올해 1월 초에 한국에 잠깐 들릴 일이 있어 본회 총장 신부님께 금가항성당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2월 초에 가톨릭신문에 금가항성당의 3월 철거 소식이 보도됐다.
올해 2월 말에 상해 교구에서 금가항성당 신자들을 사목하고 있는 신부와 전화통화를 하던 중 3월 중순경에 금가항성당이 철거되고 그것에서 1㎞ 떨어진 곳에 새로운 성당이 건립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둘러 주교회의 비서 신부를 만나 상해 교구의 공식적 입장을 듣게 되었고 3월초에 상해 주재 한국 영사관을 찾아가 총영사와 종교 담당 영사를 만나 금가항성당 철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였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최근에 상해시 민족화 종교 사무위원회 천주교 관련 당국자를 만나 다시 한번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였다. 금가항 성당은 현재 상해시 정부의 푸동신취(浦東新區) 개발 계획에 따라 철거가 불가피한 상태이다. 상해시 정부의 입장은 성당을 철거하고 그곳을 녹지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입장은 그곳이 녹지로 된 후 주위 경관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성당을 짓는 것이었다.
금가항성당을 철거하고 새 성당을 원래자리에서 이전하여 건립한다는 계획은 상해시 정부가 2~3년 전부터 도시 계획 개발계획에 포함되어 있어 우리 측의 입장을 고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하여 상해 한국인 공동체에서는 성당 철거전 미사 봉헌 문제와 금가항성당에 대한 측량 등의 사정을 내세워 성당 철거를 한달 정도 미루어 달라는 부탁과 철거후 그 자리에 김대건 성인 기념비 건립에 대한 이야기를 진 처장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하였다.
현재 금가항성당이 철거되는 것은 이미 불가피한 상태이며, 지금은 새로 장소를 옮겨 짓게 될 새 성당을 건립하는데 한국에 있는 교우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2월에 드어와 금가항 성당 철거 소식에 제위 신부님들을 비롯한 가톨릭신문사와 그리고 여러 신자분들의 관심을 접하면서 드는 생각은 아마도 이 일이 우리 신자들 모두에게 예수님이 주신 사순절 동안의 희생의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2월부터 3월달까지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회상하면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들 각자를 통해서 당신의 일을 해나간다는 느낌이다.
이곳 상해에서 한편으로는 중국말 공부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곳 상해 공동체의 신자들과 금가항성당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였다. 중간 입장에 서서 한국측 교우들의 입장과 중국측의 입장을 중재하려니 몸도 마음도 지치고 피곤한 생각이 든다. 아직도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내가 맡고 있는 이 자리에서 기도하면서 당신의 뜻을 찾아 당신의 뜻대로 일이 처리되기만 바랄 뿐이다.
그동안 중국 교회의 주교님을 비롯한 여러 신부님들 그리고 신자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리고 상해시 정부가 금가항성당 문제에 여러모로 도와준 데에 대해 신문 지상을 빌어 감사를 표하고 싶다.
금가항성당은 중국내에서 역사적으로 오래된 성당으로서 중국 화동지역의 복음화의 산실이자 한국 최초의 순교 성인인 김대건 신부가 사제로 서품을 받은 본당으로서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특별히 중요한 성지이다. 이처럼 중요한 중국내의 한국 관련 유적지를 잘 보관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앞선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라 생각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어떻게 당신의 일을 펼쳐나가실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다시 한번 적극적인 관심과 기도가 아닐 수 없다.
『여러분안에 계셔서 여러분에게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무슨 일이든지 불평을 하거나 다투지 마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은 나무랄데 없는 순결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십시오』(필립 2, 13-15)
■ 국내 표정 - 한국순교자현양위원장 배갑진 신부
이전·복원에 힘모아야
김대건 성인의 숨결이 서린 금가항성당은 일개 건축물의 의미를 뛰어넘어 교회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런 금가항성당을 현지에 그대로 보존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건물이 헐리기 전에 건축전문가를 통해 건물을 실측해 건축도면을 작성해두는 것이 역사적인 사료 보존 차원에서도 필요한 조치다.
또한 금가항성당을 이전 복원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대토 마련이 시급히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필요한 경우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가 금가항성당의 이전·복원과 기념 표석 건립 등 기념사업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신자들의 성금을 모아 복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 차원에서도 신자들이 꾸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 국내 표정 -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 이원순 교수
건물 옮겨와 복원할 수도
금가항성당 보존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신자들과 교회의 관심은 신앙 선조들이 물려주신 신앙자산을 아끼는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 유적을 그래도 보존하고 가꾸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고 바람직하다. 이것이 힘들다면 인근에 땅을 마련해 건물을 그대로 뜯어 옮겨 원 모습대로 복원하는 방향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고건축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므로 전문가를 통한 건물도면 작성이나 이전 복원 등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 판단된다.
이도 힘들다고 할 때는 제3의 방법으로 현지 건물을 헐어다 우리나라에 옮겨와 복원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해 임시정부 청사 건물의 건축자재를 뜯어 국내에 옮겨온 것이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 국내 표정 - 부산교회사연구소장 송기인 신부
해외 유적 지정 관리 필요
우선 국내에서 현지와의 긴밀한 협조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것은 시간을 다툰다고 하겠다. 개인의 의견으로는 주교단이나 범교구보다도 언론사 같은데서 간단히 연계할 수 있으면 좋을 듯하고 국내지원이 필요할 경우 다시 논의하면 될 것이다. 어차피 도시계획을 재조정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추후 계획을 논의하는 과제가 될터이니 전문가들이나 주교단의 협의 문제는 다음 차례라도 무방할 것이다. 또 교회 내에서만이 아니라 대사관 측과의 논의도 고려해야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한중간의 문화교류 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전시킬 여백도 있을테니 말이다.
차제에 금가항성당 뿐 아니라 해외의 다른 유적들도 어디선가는 책임을 지는 곳을 지정하여 관리를 관장할 필요도 있다. 중국의 동북부에는 우리나라 교회의 상당한 유적들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고 일본이나 동남아에도 우리와 관련되는 곳들이 잊혀져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 부분들이 이번 기회에 논의의 대상으로 떠올랐으면 한다.
■ 국내 표정 - 양업교회사연구소장 차기진 박사
주교회의 문화위 나서야
주교회의 문화위원회가 주관해 교회사 관련 사적 관리를 전반적으로 전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가항성당 문제도 문화위원회가 나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여건상 힘들다면 순교자현양위원회 등이 위임받아 주관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금가항성당 문제는 전국 단위의 성지 개발을 비롯해 유물 보존, 교회사 관련 고서 수집 등에 관한 신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인식을 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전 교회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사와 깊이 관련된 금가항성당의 보존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곳곳에 산재해 있는 교회 사적지 보존에 있어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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