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부지런하던 형제 분과장이 갑자기 최근 몇 주간 잘 보이지 않는다. 본당에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봉사직을 그만 두겠단다. 직장에서 바쁘게 근무하면서도 본당모임에는 빠지지 않던 봉사단체 간부가 어제 저녁 전화가 왔다. 직장이 바빠져서 더 이상 봉사를 할 수 없다고…. 소문에 의하면 같은 위원회 소속 상임위원과 사이가 좋지 않단다.
본당 봉사자로 일하면서 가장 난감한 일 중의 하나는 사람간의 갈등이다. 봉사자와 신자, 봉사자간 아니면 심지어는 봉사자와 사제, 수도자들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이다. 갈등양상이나 형태를 보면 세상 속의 여느 조직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조직을 경험하게 되지만 성당조직 만큼 특이한 조직도 드물다. 본당은 다양한 봉사자들이 모인 결과로 의견 조율에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조직체계가 느슨하여 효율성이 떨어지며, 일의 긴급성이 낮은 관계로 진척도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주님 사업”이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하지만 각자의 직장 일에 비하면 부수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고, “아버지”라고 부르지만 진짜 아버지는 성당 밖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5~6년 전에 처음으로 본당 봉사직으로의 부름을 받았을 때 당시 신부님의 한마디가 지금도 본당 봉사직 수행의 큰 지침이 되고 있다.
“본당 봉사자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능력이 아니라 사람간의 관계야.”
봉사직을 수행하면서 어려움이 있거나 난처할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다. 봉사직을 통해 하느님은 봉사자들의 개인적인 능력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서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배려하는가를 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봉사자로서 일의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이 지내는 동료 봉사자와 오순도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다. 본당 일 때문에 상처 받거나 사이가 나빠질 것이면 차라리 일을 안 하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마태 7,12)”. 우주를 지배하는 황금률이다. 수원교구 봉사자 여러분! 일도 봉사도 사람이 먼저입니다. 봉사의 시작도 마침도 사랑입니다. 배려입니다. 이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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