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남구 신부
‘vamos con mucho gusto juntos.’
‘기쁜 마음으로 함께 가자’라는 뜻의 이 슬로건은 45명의 교구 참가단이 세계청년대회라는 예수님을 만나는 여정 안에서 함께 하며 기쁜 마음으로 가자는 뜻으로 정했다.
스페인 본 대회를 참가하기 전 프랑스에서 가졌던 교구 대회에서도 다양한 나라의 청년들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며 찬양을 하고 대화를 나눴다. 넓은 세상 다양한 민족이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나누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해주었던 시간들은 하느님의 은총이었다.
나만, 우리나라만이라는 생각과 틀을 깨고 내 것만, 우리 것만이라는 가두리 사고를 내려놓고 내 사고와 내 틀에 맞추어지기를 바라는 일상의 패턴을 내려놓고자 노력할 때 그리스도로 채워지고 또한 그 채워짐을 통해 결국 새로운 나로의 복된 전환을 이룰 수 있음을 이번 청년대회가 청년들에게 알려 주었을 것이다.
본 대회 중, 지상최대 규모의 노숙을 하며 마주했던 비바람에 서로의 짐을 먼저 챙겨주고, 비를 맞으며 편도 40분 정도를 걸으면서도 서로의 식사를 챙겨주던 모습. 내 것을 먼저 챙기려고 하기보다는 서로를 걱정하며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청년들의 모습이 어찌 보면 자신을 내려놓은 복된 전환의 초기 단계가 아닐까 한다.
난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청년들의 뜨거움과 교회 사랑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을 통해 교회의 미래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단 양적인 증가와 가시적인 화려함에 치중하고 그리스도라는 중심이 빠져서는 안 될 것이고, 다시 원천으로 돌아가 말씀과 성체성사 그리고 기도에 충실할 수 있는 질적인 쇄신을 이룰 수 있는 물꼬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신앙전통을 가치있게 받아들이고 그 후손임을 자랑스러워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교회에서 도움을 준다면 한국교회 청년들은 세계교회에서 기둥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서 청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교회라는 울타리를 깨고 세계교회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선교사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섭리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우리보다 앞서 신앙을 받아들인 나라들의 과거와 현재를 만남으로써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교회 역사 안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 몫은 좁은 울타리를 깨고 넓은 안목을 갖고자 노력하는 교회의 보물이요 희망인 청년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먼저 그리스도 위에 뿌리를 내리는 그리스도인으로써의 확실한 정체성이 요구된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는 배제된 기호식품화 된 신앙생활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이는 반석이 아닌 모래 위해 쌓아진 집과 같기에 금세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말씀과 성체성사, 기도 위에 굳건히 뿌리를 내려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