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로 다른 사람의 애를 태우는 사람을 가리켜 ‘애물단지’라고도 합니다. 사고뭉치 애물단지 자녀를 타일러서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 부모의 마음은 정말 행복할 것이며, 심지어 눈을 감아도 그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하느님께서 애물단지로 살아가는 당신 자녀를 바로잡고자 애쓰시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그 애물단지가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 애물단지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애물단지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라고 하시니, 이 얼마나 애가 타고 간절한 하느님의 표현입니까?
오늘 복음은 애물단지로 여겨지는 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며, 잘못한 사람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들과 함께하는 이들에게 정화와 사랑과 교정의 능력을 주셨음을 간접적으로 밝히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만약 하느님을 애태우는 애물단지를 우리가 타일러 바로잡아 하느님 아버지께 이끈다면, 하느님은 정말로 기뻐할 것이며, 우리에게 참으로 고마워하실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기쁘고 신나는 일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네가 악인에게 그 악한 길을 버리도록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 때문에 죽겠지만,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 그러나 네가 그에게 자기 길에서 돌아서라고 경고하였는데도, 그가 자기 길에서 돌아서지 않으면, 그는 자기 죄 때문에 죽고, 너는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에제 33,8-9)라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얼마나 강한 말씀입니까?
이 말씀은 우리 주변의 사고뭉치 애물단지들을 모른 척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당신보다 먼저 그들에게 다가서서 그들을 바로잡아주고 고쳐주기를 바라십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법이며, 이 사랑의 법이야말로 율법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바오로 사도를 통해 말씀하십니다(로마 13,8-10). 이는 한편으로 우리 각자에게 그런 능력을 주셨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며, 같은 마음으로 두세 사람이 함께 좋은 뜻을 갖고 바르고 옳은 것을 가르쳐주고 청하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임을 알려주기 위한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나서기 전 마지막 단계로 이웃사랑을 보여주는 곳으로 ‘교회’를 선택하셨음을 보여주시며, ‘교회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교회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에 중요하고 막강한 능력을 주셨음을 각인시켜주시는 말씀입니다.
그런데도 교회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때 나에게 맡겨라. 그리고는 둘이나 셋이 모여 마음을 모아 기도하라. 그러면 무엇이나 들어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능력과 한계를 분명히 알고 계시어, 그러한 한계를 어떻게 헤치고 나아가야 할지를 분명히 알려주시는 말씀입니다.
제가 아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애물단지 그 자체였습니다. 그 친구는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았지만, 제 말은 존중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제 말을 듣고 조금씩 변화하기 위해 힘겹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그 어머니와 남동생이 세례를 받고 열심한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 친구는 대학생이 되었고, 저에게 자신의 멘토(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가 되어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친절하지 않게 그 친구의 멘토 역할을 하였지만, 그 친구는 잘 따라주었습니다. 심지어 33권이나 되는 백과사전을 읽어보라는 제 말에, 울어가며 1년 만에 다 읽어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제 말에 잘 따라주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그 친구의 아버지가 얼마 전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도 가끔 애물단지 노릇을 합니다. 하지만 차츰 하느님을 멘토로 여기며 참다운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제가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제가 볼 때도 그렇게 예쁘고 좋아 보이는데, 하느님 보시기엔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고뭉치 애물단지가 변화되어 꿀단지로 되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행복하고 기뻤습니다. 그러면서 내 주변의 이웃을 너무 쉽게 골칫덩어리 애물단지로 단정 짓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실은 애물단지와 꿀단지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나 할까요? 그래도 애물단지가 있다면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방식대로 풀어가도록 노력합니다. 기쁨이 솟을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