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묵주를 들고 가벼운 등산 조끼 차림으로 도보순례에 나선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순례 마지막 여정인 신리성지까지 신자들과 함께 걸으면서 순례의 뜻과 의미를 나눴다. ‘걷는 동안 순교자들을 닮고자 하는 심정을 마음에 담았다’는 유 주교는 특히 김대건 성인과 다블뤼 안 주교는 매일 기도 중에 기억하면서 한국교회를 위해 전구하는 분들인데 그분들의 뜻이 어린 솔뫼성지와 신리성지를 신자들과 함께 순례할 수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주관을 맡았던 대전교구 평신도사도직 협의회 김홍거(세례자 요한) 회장은 “추석 명절을 앞둔 일정으로 참여자 숫자가 저조할 것이 걱정했었으나 전국 각 교구 평협과 단체 및 본당에서 많은 신자분 들이 함께해주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뜨거운 날씨에 몇 시간씩 걸어서 순교자들의 넋을 생각해 보았던 이 자리가 국내적으로는 신자들의 기도 운동을 결집시키고 또한 대외적으로는 한국교회의 시복시성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바람을 표했다.
○…‘순교자들과 함께 걷는 마음이었다’고 소감을 밝힌 최홍준 한국 평협 회장은 “수확을 앞둔 풍요로운 들판을 걸으면서 순교자들이 걸었던 길을 찾는 여정이 순례하는 교회의 일원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영적인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면서 “행사 시작 전에는 11km를 걷는 것이 신자들에게 무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 격려하며 어려움 없이 마친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부모들의 손을 잡고 참여한 초등학생들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송다흰(프란체스카·천안 입장본당 초2) 양은 “순례 시작할 때는 힘들고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김대건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기도하면서 걸을 수 있었다”며 “한국의 순교자 분들이 빨리 성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례에 참여한 몇몇 외국인 신자들의 장면도 이목을 끌었다. 대전가톨릭대 신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잠비아 출신 데이빗 물롱고티 신학생(프란치스코·전교봉사수도회)은 “한국에 와서 세 번째 성지순례인데, 개인적으로 2학기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일상을 다짐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순교자들의 열심한 마음을 배울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걸었다”고 밝혔다.
○…600여 명의 순례객이 참여한 서울대교구는 15대의 버스를 동원해 참여자들의 이동을 도왔는데, 각 버스마다 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성지안내 봉사자들이 탑승해서 버스 이동 중 성지 안내를 이끌었다. 3호차 안내를 맡았던 김영숙(리디아·제기동본당) 씨는 “평소 성지순례 안내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순교자들이 직접 걸어 다녔을 길을 두 발로 체험해 보는 경험이 새로웠다”면서 “순교자들을 한명씩 마음 안에 안고 가자는 결심으로 순례에 임했는데, 오늘 행사가 125위 시복시성을 위한 범교회적인 기도 운동으로 번져가는 큰 힘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 한다”고 전했다.
○…솔뫼성지와 신리성지에 이르는 11km의 도보 성지순례길에는 대전교구 운전기사사도회 여성연합회 레지아 등 단체에서 참여한 100여 명의 봉사자들이 진행을 도왔다. 특히 당진 지역에서는 미사 봉헌 장소인 솔뫼성지 아레나의 청소 및 단장을 위해 여성연합회 및 남성 레지아 회원 30여 명이 참여, 4~5일간 매일 세 시간 정도 봉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마지막에 거행된 성체강복 예절 후 신리성지 담당 김성태 신부는 하룻동안 걸었던 순례 여정에 대해 설명하고 “여러분들이 걸었던 내포 땅은 그분들의 피와 땀과 신앙과 얼이 깃들어 있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 만큼 귀한곳이고 복된 곳”이라며 “이제 그 같은 순교자들의 발길에 우리의 발을 포개었으니 이제 그분들이 나선 길을 따라 증거의 삶을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 순례를 마친 이들을 독려했다.
○…이날 행사장 여러 곳에서는 최근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가 발간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책자가 판매됐는데 책을 구입한 순례객들은 솔뫼 합덕 신리성지 등에서 성지순례 확인란 도장을 받아가기도 했다. 서울에서 참여했다는 한 신자는 “성지순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순례 여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인증을 해주어 더욱 보람있는 것 같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특히 125위 시복시성을 청원하는 마음으로 책자에 소개된 성지들을 차례차례 순례하고 싶다”고 말했다.
▲ 9월 4일 대전교구 솔뫼성지 솔뫼아레나에서 봉헌된 순교자현양미사에는 전국 2500여명의 신자들이 ‘하느님의 종’ 순교자와 증거자 125위의 시복시성을 다 함께 마음모아 기도했다.
▲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도보순례의 종착지인 신리성지에서 신자들에게 성체 강복을 하고 있다.
■ ‘하느님의 종’시복시성을 위한 우리의 다짐
1. 우리는 하느님을 삶의 첫 자리에 모시고, 복음을 위해 생명까지도 바치신 ‘하느님의 종’ 순교자들의 삶과 영성을 날마다 우리 각자의 생활에서 실천하며,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 ‘시복 시성을 위한 기도’를 봉헌하겠습니다.
◎(다 함께) 봉헌하겠습니다.
2. 우리는 ‘하느님의 종’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그분의 전구를 통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다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3. 우리는 순교자들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의 한없는 사랑에 우리의 염원을 의탁하며 매일 묵주기도 다섯 단씩 바치겠습니다.
◎(다 함께) 바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