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하느님 생명의 숨결이므로 하느님께서 이 생명의 유일한 주인이심을 믿는 것이 우리 모든 신자의 신앙이다.
낙태는 만연된 죽음의 문화를 대표하는 모습의 하나이다. 사회·경제적 논리가 인간 생명보다 앞서거나 현실이 낙태를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하기 때문에 실정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교회는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생명이 극히 위험한 경우의 간접 낙태 외에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교회는 언제나 약하고 방어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왔고 이는 최소한의 방어능력도 갖지 못한 태아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관련해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체외수정 방식의 인공출산 기술들이 실제로는 생명에 대한 새로운 위험이 되고 있다. 의사가 부부를 대신해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일 등의 과정들은 인간 생식의 존엄성과 고유성을 전혀 드러내지 못한다. 또 그 과정에서 발생될 인간 배아의 손실은 곧 인간 생명의 죽음을 의미하기에 인공 출산은 용인될 수 없다. 불임부부들이 겪는 고통이 인공 출산의 동기를 부여한다고도 하지만 자녀를 갖고자 하는 열망이 아이를 가질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권리의 주체로서 자신의 인격성이 온전히 존중된 상태에서만 수정될 권리를 지니기 때문이다.
대리모 출산도 혼인의 일치성, 인간 출산의 존엄성, 여성의 존엄성에 위배되므로 정당화될 수 없다. 여성의 자궁에 유전적으로 다른 배아를 이식시키거나, 아기가 태어나면 고객에게 인도한다는 조건으로 임신하는 행위는 임신과 모성을 분리시키는 행위이며 친부모가 임신, 출산, 교육해야 할 아이의 존엄성과 권리를 부인하는 일이며, 나아가 출산을 인큐베이터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이렇듯 대리모 출산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결국 이는 가정과 사회질서의 혼란, 가족 관계의 분열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교회는 누구도 결코 (안락사와 같은 )인간살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확고하게 천명한다. 나아가 자신을 위해서든 다른 사람을 위해서든 누구도 이러한 살인행위를 요청할 수 없고 동의해서도 안되며 어떤 권위로도 그런 행위를 합법적으로 권고하거나 용인할 수 없음을 가르친다. 그것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모욕이며 생명을 거스르는 범죄요 인간성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이다.
인간 생명은 임신된 순간부터 죽음에 다다르는 순간까지 어떤 경우에도 존중돼야 한다.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질적으로 구분하려고 하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배척한다.
2001년 5월 27일 생명의 날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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