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주일을 맞아 저는 예수님께서 그분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요구하셨던 조건들을 성찰해 보자고 권고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루가 9, 23)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승리나 권력의 메시아가 아니십니다. 사실 그분께서는 로마의 지배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키지도 않으셨고, 이스라엘에게 정치적 번영을 약속하신 적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참된 종으로서 연대, 봉사, 죽음의 굴욕을 통하여 그분의 사명을 완수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틀에도 맞지 않았고, 아무 환영도 받지 못하셨으며, 성공과 힘의 논리, 곧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계획과 활동을 확인하는 데 흔히 쓰는 세속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메시아이십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제삼천년기를 시작하면서 제가 여러분에게 삶과 참 행복의 길로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교회는 언제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만 구원이 있다고 믿어 왔으며 또 그렇게 선포해 왔습니다.
기분을 맞춰 주고 눈을 즐겁게 하는 것들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거품 문화가 널리 퍼져 있으며, 이런 문화는 행복해지려면 십자가를 벗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에게 심어 줍니다. 눈앞의 성공, 빠른 출세, 책임감이 결여된 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흔히 다른 이들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채 자기 주장에만 치중하는 생활 등이 이상적인 것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청소년 여러분, 눈을 크게 뜨고 잘 지켜보십시오. 이것은 참된 삶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라앉는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예수님께서는 아주 분명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먼저 걸어가신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젊음으로, 이제 막 시작된 제삼천년기에 젊음의 특징인 희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키십시오.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 안에 살아 움직이게 하고 이 약속을 매일 성실하게 이행한다면, 여러분은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새 시대를 맞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바티칸에서 2001년 2월 14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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